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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차로 이성윤 모신 김진욱…운전자는 5급 비서관

Jimie 2021. 4. 3. 03:45

[단독]관용차로 이성윤 모신 김진욱…운전자는 5급 비서관

[중앙일보] 입력 2021.04.02 18:04 수정 2021.04.02 19:32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7일 김 처장의 비서관이 직접 관용차를 운전해 이 지검장을 ‘모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비서관은 김 처장이 직접 특채한 사무관으로 공수처장 관용차 운전기사는 별도로 있다.

秋 전 장관과 같은 한양대 법대 동문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휴일이던 지난달 7일 김 처장의 관용차 운전기사는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김모 공수처장 비서관이 같은 날 오후 3시 48분쯤 정부과천청사 인근 한 골목에서 먼저 도착해 있던 이 지검장을 김 처장의 관용차로 옮겨 태워 공수처로 향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김 처장 뒤로 그의 제네시스 관용차량이 보인다. 연합뉴스

 

김 비서관은 같은 날 오후 5시 11분쯤 같은 장소로 이 지검장을 데려다준 뒤 공수처로 돌아갔다. 김 처장은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 운전기사 대신 김 비서관에게 수행을 맡겼다고 한다. 이는 ‘각급 기관장은 업무용 승용 차량을 관리하는 부서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용차량 관리 규정(대통령령) 위반 사유가 될 수 있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4월 변호사시험(9회)에 합격했다. 지난 1월 김 처장 취임과 함께 비서실 비서관(5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예규인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칙’에 따르면 5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의 경우 ▶관련 분야 학사학위 취득 후 3년 이상 관련 분야 실무 경력 ▶관련 분야 석사학위 취득 후 1년 이상 관련 분야 실무 경력 등의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김 사무관은 채용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같은 예규상 공무원임용시험령 일반직 5급 채용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엔 자격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또 비서·비서관·장관정책보좌관을 임용하는 경우 이 같은 자격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1월 21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비서관의 아버지는 울산 지역 변호사단체 임원 등을 역임한 김모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울산 울주군수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천 신청을 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 변호사는 추 전 장관의 한양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추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 대표로, 지방선거에 나설 당 후보 공천권을 쥐고 있었다. 당시 울산 정가에서는 추 전 장관이 자신과 가까운 김 변호사를 전략공천 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지만, 상대 경선 후보의 반발이 커지자 경선을 벌였다고 한다. 김 비서관도 한양대 법대 출신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여권 실세를 등에 업은 채용 특혜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별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개채용 절차를 밟은 건 아니지만, 김 처장과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고 능력에 따라 채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에 대해 '수사 종료 뒤 송치하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며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을 지난 1일 불구속 기소했다.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공수처 관계자는 김 비서관의 지난달 7일 김 처장 관용차 운전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김 비서관도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 처장은 이날 이 지검장 출입과 관련한 논란과 관련, 대변인실을 통해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는 공식 입장만 내놨다.

한편, 이 지검장이 김 처장의 관용차를 타고 정부과천청사 경내로 들어가 공수처를 출입한 건 ▶외부인이 청사를 방문할 경우 청사출입안내소에서 방문신청을 해야 하고 ▶국가기관 공무원인 경우에도 출입 동별 안내데스크에서 방문증을 교부받아야 하며(이상 17조) ▶차량 출입자의 경우 동승자를 포함해 차량과 인원에 대한 검색·신원확인을 거쳐야 한다(33조)는 내용의 청사출입보안지침(행정안전부 훈련) 위반 소지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이 어떠한 출입 기록도 남기지 않고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5동 건물을 드나들었을 경우, 건조물침입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단 해석도 나온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 연합뉴스

 

공수처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야당의 이 지검장 출입 기록 요구에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를 들며 응하지 않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을 최초 제보한 공익신고인은 지난달 19일 “공문서인 수사보고서에 (이 지검장) 면담 장소 등을 허위로 기재했을 수 있다”며 수원지검에 김 처장 등을 고발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공수처 청사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최근 수사기관에 이 지검장의 공수처 출입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수원지검은 제출받은 자료가 의혹을 소명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과 면담하며 면담 시간·장소·참석자 등을 적은 수사보고서 외에 조서 등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아 면담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가 수사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및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무마시켰단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하준호·정유진·김민중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