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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14명 자국민 학살한 미얀마 군부... 잔혹의 끝은 '내전'

Jimie 2021. 3. 29. 04:22

하루에 114명 자국민 학살한 미얀마 군부... 잔혹의 끝은 '내전'

입력 2021.03.28 19:00

 

쿠데타 후 최대, 114명 학살된 '군의 날'
5세 아이에도 총격, 시신 화형 정황도
소수민족반군, 군부와 내전 본격 시작
국제 여론 분열된 탓에 내전 수수방관

 

27일 미얀마 군경이 반군부 시위를 이유로 불 태운 만달레이의 한 마을이 폐허로 변해 있다. 군경은 화재 진화에 나선 시민들에게도 무차별 폭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 캡처

 

“군경이 시민을 닭 잡듯 죽이고 있다.”

 

27일 미얀마 만달레이주(州) 밍얀 지역의 한 시민은 쿠데타 군부의 만행을 이렇게 표현했다. 군부는 자신들의 생일(군의 날)인 이날 5~15세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114명의 자국민을 학살했다. 쿠데타 후 최대 규모다. 생필품을 사 들고 집으로 향하던 학생, 가족의 안전을 돌보던 노모에게도 무차별 총격이 이어졌다. 갈수록 이성을 잃어가는 군부의 잔혹함은 ‘내전’ 가능성만 더욱 키우고 있다. 국제사회도 경악했으나 해법은 여전히 난망이다.

 

2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부 민주화 시위대는 민간 대학살이 일어난 전날 “네 아이의 아빠가 군경의 구타 이후 화형(火刑)당했다”고 주장하며 불에 탄 시신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연이은 참극 소식을 접한 민심은 결국 ‘전쟁을 통한 군부 축출’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미 군과 소수민족들의 분쟁은 내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전날 오전 카렌민족연합(KNU) 소속 5여단은 태국 국경지역에 위치한 군기지를 공격해 무기를 확보했다. 카친독립군(KIA) 역시 11시간의 교전 끝에 카친주(州) 남부 지역의 군기지를 점령했다.

 

반군과 군의 교전은 최근 일주일 사이 10여차례에 달하며, 교전 지역도 북부 샨주에서 중국과 태국 접경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정부군도 전날 밤 전투기까지 동원해 KNU 5여단이 머물고 있는 카렌족 마을을 공습하는 등 정규전을 방불케 하는 맞대응을 하고 있다.

 

반군의 무력 사용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지지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측과의 교감 아래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순 시작된 민주 인사들의 반군 관할 지역으로의 대피 규모도 7,000여명까지 급격히 늘었다. 현재 이들은 반군들에게서 기초 군사 교육을 받는 등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군부 축출 이후 연방제 국가 건설을 위한 헌법 초안 논의도 진행 중이다.

28일 미얀마 북서부 모니와주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타도 구호를 외치고 있다. SNS 캡처

 

미얀마 내전이 코 앞인데도 분열된 국제사회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8개국은 군의 날 열병식에 자국 고위 군 장성을 보냈다. 특히 군부의 뒷배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두 나라는 유엔 차원의 개입을 차단하는 미얀마 군부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주고 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전날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따로 만나 군사협력 확대안까지 확정했다.

 

미국이 중심이 된 민주 진영도 전대미문의 학살극을 비난하는 공동행동으로 맞섰다.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등 12개국 합참의장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는 즉각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도 28일 “더 이상 국제사회가 주저할 시간이 없다”며 “안보리 회의를 개최하거나 국제 긴급 정상회담이라도 열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 사태가 국제 대리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분된 국제 여론 탓에 내전 발발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