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투기판 된 3기 신도시, 농협 대출만 4조 뿌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05:00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3기 신도시 지역에 대한 농협상호금융·수협중앙회·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3곳의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현 정부 출범 이후 3조28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담보대출 자료 분석
남양주 왕숙 1조4100억 가장 많아
“전체 금융기관 신도시 대출 조사
매입 자금 쫓아야 투기 색출 가능”
국민의힘 안병길·최춘식 의원이 14일 해당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월 이후 농협상호금융(지역조합)은 3조371억원(1만1108건)을 3기 신도시 지역의 부동산(토지·상가·주거) 담보로 대출했다. 수협중앙회의 대출금액은 566억원(128건), 새마을금고는 1944억원(338건)이었다.
이 자료엔 부천 대장지구를 제외한 3기 신도시 전 지역(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시흥·광명)과 정부가 추가로 투기 의혹을 조사하기로 한 과천·안산 장상지구에 대한 대출이 포함됐다.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의 가장 중요한 뼈대로 2018년 9월 21일 발표한 9·21 대책에서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또 농협은행 1조1288억원(5183건), 수협은행 1451억원(566건) 등 제1금융권 두 곳까지 합치면 5개 금융기관의 3기 신도시 지역의 현 정부 출범 이후 대출액은 총 4조5620억원이다.
5개 기관의 대출이 가장 많았던 곳은 남양주 왕숙 지구로, 5618건의 대출에 모두 1조4104억원이 풀렸다. 전체 대출액의 30.9%다. 이어 고양 창릉지구에 4572건의 대출이 실행됐는데 금액은 1조3231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29%다. 남양주 왕숙과 고양 창릉 지구에만 전체 대출액의 절반 이상(59.9%)이 몰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시흥 지구 대출액은 전체의 4.3%(746건, 2313억원), 광명 지구는 13.3%(2297건, 5746억원)였다. 특히 투기성으로 의심되는 관외(타 시군) 거주자의 대출 건수 비율은 시흥·광명 지구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체 대출 건수 대비 관외 거주자 대출은 34.7%(6008건)인 반면 시흥 지구는 전체 대출 746건의 절반을 넘는 432건(57.9%), 광명 지구는 전체 2297건의 대출 가운데 1009건(43.9%)이 관외 거주자 대출이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LH 사례에서 드러났듯 토지 투기 세력이 상호금융(제2금융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땅투기 세력, 은행보다 규제 덜한 제2금융권 대출 많아”
3기 신도시 지역 대출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중은행(제1금융권)은 토지담보대출의 경우 토지가 지점과 멀리 있고 감정평가의 전문성이 낮아 많이 취급하지 않는다. 반면에 상호금융은 지점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토지담보대출 경험도 풍부하다. 대출 규제도 시중은행보다 상호금융이 덜 까다롭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의 지난해 말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257조5000억원으로 1년 사이에 30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출금의 대부분이 토지담보대출일 것으로 추정한다.
야권에선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이 금융기관의 대출 내역을 토대로 부동산 매입 자금 흐름을 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병길 의원은 “현행 정부 조사처럼 부동산 구매자와 LH 및 공무원 등을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으론 투기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기 힘들다”며 “금융기관 대출 전수 분석을 통해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안 의원은 “현 정부가 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대출을 옥죄는 사이 투기 세력은 대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토지 매입 등으로 다 빠져나갔다”며 “치밀하지 못한 정부의 대출 규제가 3기 신도시에 대한 투기 유혹을 부추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도 3기 신도시 지역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 흐름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며 “그런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고 대출 과정상 불법부당이나 소홀함은 없었는지,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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