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ing Articles

“투기의혹 총 20명뿐” 이걸 믿으라는 정부

Jimie 2021. 3. 12. 02:01

“투기의혹 총 20명뿐” 이걸 믿으라는 정부

3기 신도시 땅 의혹, 국토부·LH 조사 결과

조선일보 진중언 기자 조의준 기자

입력 2021.03.12 00:18 | 수정 2021.03.12 00:18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정부 합동조사단은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LH의 전 직원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토지 거래를 조사한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투기 의심 현직 LH 직원 13명을 공개했던 것을 포함하면 정부가 지난 4일 합조단을 출범시켜 새롭게 밝혀낸 직원은 7명에 불과했다. LH 직원이 토지 매입을 실명으로 한 경우만 밝힌 것이어서, 가족 및 차명 거래는 규명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런 내용의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적발된 20명은 모두 LH 직원으로 밝혀졌고, 이 중 11명이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LH 사장을 할 당시에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총리는 변 장관 책임론에 대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 심사숙고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한 뒤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토지 거래를 조사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범죄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이번에 확인된 투기 의심 사례는 광명·시흥지구가 15명, 고양·창릉 2명,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과천 등이 각 1명이었다. 직급별로는 부장급이 3명, 차장급이 9명, 과장·대리급이 6명, 기타 직급이 2명이었다. 직위에 상관없이 LH 내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토지 투기가 광범위하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20명 전원에 대해 경찰을 중심으로 한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합조단은 밝혔다.

 

합조단은 국토부와 LH 임직원에 대한 조사에 이어 경기·인천의 기초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기업 임직원의 토지 거래를 조사할 예정이다. 국토부와 LH 임직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해선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하도록 했다.

 

이날 정부 조사 발표에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광명시와 시흥시가 자체 조사로만 투기 의심 공무원 14명이 나왔는데, 정부는 합조단을 구성하고도 7명을 찾아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또 이번 조사는 국토부와 LH 직원의 주민번호를 한국 부동산원의 토지 거래 내역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차명 거래나 가족 거래는 찾아낼 수가 없었다.

땅주인·LH직원 단순 대조… “어느 공무원이 제 이름으로 투기하나”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공직자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애초에 발본색원이라는 말은 왜 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LH 전체 직원 1만4300여명을 조사해 추가로 찾아낸 투기 의심 사례가 고작 7건.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제보를 바탕으로 찾아낸 투기 의혹자 13명보다 적다. 정부 조사 결과를 본 한 자영업자는 “투기 세력 뿌리 뽑겠다며 법석을 부리더니 국민을 우롱하는 결과를 내놨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여당 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퇴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변 장관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 내 사무실을 나와 차량에 탑승한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의 1차 조사가 국토부와 LH 직원 본인만 대상으로 했고, 지역도 신도시 예정지로 한정한 탓에 제대로 된 투기 사례를 적발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실명 조사 한계사람 아닌 땅을 뒤져야

 

이번 조사는 한국부동산원의 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해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조사 대상지 8곳의 토지 거래를 추출하고서 해당 지번의 토지대장과 국토부·LH 직원 명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름이 일치하는지를 보는 것으로, 정부합동조사단이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민단체가 최초 제보를 받고 검증할 때에도 토지대장과 LH 홈페이지에 공개된 직원 이름을 대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땅 투기는 대부분 차명 거래로 이뤄진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직원을 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조사하고 매입 자금을 따라가야 한다”며 “거래된 시점, 거래된 단위, 땅의 이용 상태를 분석한 뒤 매입 자금원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야 직계 가족이 아닌, 친척이나 친구를 이용한 차명 거래까지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관련자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토지 구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신도시 주변 지역이 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2차로 인근 지역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공직자 땅 투기 1차 실태 조사 결과

 

◇검찰 패싱·셀프 조사·뒷북 압수수색… 허점투성이

 

조사 주체에 검찰이 빠진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과거 노태우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이 터졌을 때에는 예외 없이 검찰이 수사를 지휘했지만 이번에는 국무총리실과 정부 부처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렸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는 별도의 특별수사단도 만들었지만, 검찰이 아닌 경찰 중심이었다. 게다가 잠재적 혐의자가 포함될 수 있는 국토부가 합동조사단에 포함돼 ‘셀프 조사’ 논란도 일었다.

 

정세균 총리는 “처음부터 수사를 맡겼으면 (수사기관이) 지금쯤 기초 작업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차적으로 조사한 후 의심 사례만 수사 의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의미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하나 마나 한 조사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투기가 의심되는 LH 직원들에게 증거를 없앨 시간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2일 최초로 제기됐는데, 시민단체 폭로부터 사흘 지난 5일에야 경찰의 영장 청구가 이뤄졌고 그로부터 또 나흘이 지나서야 LH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 때 2기 신도시 투기를 수사했던 이동기 전 대검 형사부장은 “경찰이든 검찰이든 진즉 수사 기관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주요 증거는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투기 의혹

 

정부와 청와대는 LH 20명 말고는 청와대와 국토부에 투기 의심자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지 투기 의혹에 대해 앞다퉈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세종시는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인 연서면 일대(와촌리·부동리)에 최근 사람이 살지 않는 조립식 주택이 늘어난 점을 근거로 토지 투기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광주광역시도 광산구 산정·장수동 일대 산정지구 일대에서 최근 묵힌 땅을 농경지처럼 보이게 꾸미는 ‘토지 성형수술’ 사례가 늘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정부 조사 결과와 달리 투기가 전국적인 범위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0일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의원과 광명시청 6급 공무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경기북부경찰청도 34억원을 대출받아 지하철 7호선 전철역 예정지 주변 토지와 건물을 사들인 포천시 5급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관련 기사

정부 합조단 ‘LH 투기 의혹' 조사 발표에...민변 “사실 관계 정리한 수준”비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관련 정부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두고 “아주 기본적인 사...

 

與노웅래 “LH 정부 조사 어설퍼” 정의 “맹탕 셀프조사”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11일 정부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국민이 만...

 

LIVE ISSUE LH 직원들 투기 의혹

"고작 20명?"에 커지는 허탈함… 예고됐던 정부 '셀프조사'의 한계

'LH 투기' 1차 조사 고작 7명 추가적발…정부합조단, 시작부터 부실 논란

투기의심자, 1차 조사 결과 7명 늘어 총 20명…차명투기 여부 조사 못해 한계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