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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에는 직…‘대통령 그림자’ 거부한 신현수

Jimie 2021. 2. 19. 14:13

패싱에는 직 던진다…‘대통령 그림자’ 거부한 신현수

이태훈기자 입력 2021-02-19 11:48수정 2021-02-19 12:00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맨 오른쪽이 신현수 민정수석이다. 2021.2.16. 청와대사진기자단

 

사퇴로 굳어져가고 있는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파문은 단순히 청와대 참모 한 명의 진퇴 문제를 뛰어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전체에 충격파를 던지는 중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고, 대통령 통치권의 물리적 기반이 되는 요직인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거듭된 만류를 뿌리치고 사퇴하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는 검찰 인사에 대한 이견으로 신 수석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나 민정수석실 직속 부하인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신 수석이 검찰 인사 등 주요 현안에서 결과적으로 자신을 배제시킨 문 대통령을 들이박고 청와대를 박차고 나가는 형국이어서 그가 최종 사직하게 될 경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비서진과 대통령과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사의 파문이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런 사태가 청와대에서 터지지 않은 것은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참모들 간에 이견이 있더라도 대통령이 결정하면 참모들은 이에 따랐고 논의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되거나 ‘패싱’을 당해도 사직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좌만 할 뿐 벙어리로 산다’는 이런 태도는 어떤 면에서는 ‘대통령의 그림자’로 살아야 한다는 청와대 비서진의 본래 역할에 충실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올곧은 성품의 신 수석은 청와대 참모로 임하는 자세가 여느 비서진과는 달랐다. 자신의 소신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건의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공직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패싱’이나 항명 같은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직(職)’을 던진다는 공직관을 평소 갖고 있었고 이번에 실제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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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에서 직속상관과 부하로 일해 오면서 신뢰관계를 형성해 온 신 수석으로서도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거듭된 사의 표명은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사의 표명 후 휴가를 내고 사실상 청와대를 떠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신 수석이 한 달여간의 짧은 청와대 생활에서 누적된 무력감과 치욕감이 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검찰 인사안 결재 경위야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주무 수석인 자신을 배제시킨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서운함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일 때 직속 부하인 사정비서관(현 반부패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측근 비리 수사 등을 놓고 검찰과 대립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검찰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 검찰 관련 수석인 문재인 민정수석과 신현수 사정비서관이 업무를 하는 데 고충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상하관계로 만나 어려운 일을 같이 하면서 인간적 신뢰까지 형성된 두 사람의 근 20년 관계가 이번 사의 파문을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휴가에서 복귀하는 내주 월요일 신 수석의 사의가 최종 굳어지면 문 대통령도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사표 수리와 함께 후임자 발표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의 복귀 여부와 별개로 향후 정국은 정권 관련 수사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검찰과, 검찰의 직접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여권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박범계 “마음 아프다… 계속 함께 文 보좌를”

유원모 기자 입력 2021-02-19 03:00수정 2021-02-19 03:16

 

[신현수 靑민정수석 사의 파장]
사태 불거진후 申에 비공식 사과
“인사 협의 다소 미흡” 불통 인정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정수 검찰국장과 대화하고 있다. 검찰 인사를 놓고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갈등을 빚은 박 장관의 발언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날 법사위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불출석 문제로 결국 파행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참으로 제 마음이 아프다. 보다 더 소통을 하겠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표명 관련 입장을 처음 내놨다. 박 장관은 18일 오후 5시경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신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계속 계셔서 문재인 대통령의 좋은 보좌를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법무부로 돌아와 기자들과 만났다. 박 장관은 신 수석의 사의 표명 배경으로 꼽히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의 불협화음에 대해 “인사 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세 차례 반복했다.

박 장관은 신 수석과의 불통 논란에 대해선 일부 인정했다. 박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계시는 동안 이번 인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만났다”면서 “어쩌면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이든 민정수석이든 다소 미흡하다 판단을 할 수 있다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더 소통하겠다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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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후 신 수석에게 비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신 수석에게 사과를 한 후 반응이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설명하기 어려운 과정에 있다. 수석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와 수석의 관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단히 중요하고 깊은 관계였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등 최근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지난 6개월 동안 3번에 걸친 인사가 있었다”며 “이번 검사장급 인사에 있어서는 업무의 연속성, 조직 안정에 검찰개혁이라는 본래 취지를 반영하려고 한 결과물이 네 자리에 대한 인사였다”고 했다.

박 장관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인사위원회도 곧 소집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다음 주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