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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파 [靑鹿派].『청록집(靑鹿集)』

Jimie 2021. 2. 15. 07:47

청록파 [靑鹿派]

 

1940년 전후에 순 문예지 《문장》을 통해 문단에 등장한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세 사람을 이르는 말

 

『청록집(靑鹿集)』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 사이에 『문장』을 통해 문단에 나온 조지훈 · 박목월 · 박두진이 그 동안의 서정 시편들을 모아 1946년 여름에 들어 공동 시집 『청록집』을 펴낸다.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이 공동 시집의 제명 『청록집』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따온 것이다. 시집은 주로 세 사람의 『문장』 추천 작품들로 채워지는데, 박목월 편에는 「임」 · 「윤사월」 · 「청노루」 · 「나그네」 등 15편, 조지훈 편에는 「고풍 의상(古風衣裳)」 · 「승무(僧舞)」 · 「완화삼(玩花杉)」 등 12편, 박두진 편에는 「묘지송(墓地頌)」 · 「도봉(道峰)」 · 「설악부(雪岳賦)」 등 12편이 실려 모두 합쳐 39편의 시로 엮인다.

조지훈 · 박목월 · 박두진이 자신들의 서정 시편들을 모아 발간한 공동 시집 〈청록집〉

 

박목월 · 조지훈 · 박두진 세 시인은 애초에 특별한 유파 의식을 바탕으로 공동 시집을 펴낸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의 시에 함께 나타나는 소재의 뚜렷한 자연 지향성, 그리고 일제가 국어 말살 정책으로 숨통을 조이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말의 리듬과 토속적 아름다움을 잘 살려낸 점 때문에 세 시인은 공동 시집 발간 뒤 ‘청록파’로 불리게 된다. 알고 보면 세 사람은 이 합동 시집 한 권을 낸 것 외에는 특별히 행보를 같이한 적이 없다.

 

〈청록집〉 본문에 들어 있는 세 시인의 모습

 

그럼에도 청록파가 하나의 유파로 사랑받으며 오랫동안 한국 문학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30여 년에 걸친 일제 강점기가 막을 내리면서 온통 정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시대 배경 속에서 정치색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이들의 작품이 오히려 대중의 감수성을 건드린 것과 관련이 깊다. 문학 분야에서도 정치적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좌우 이념의 투쟁으로 점철된 해방 공간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골치 아픈 ‘정치시’보다는 서정시에서 뜻밖의 따뜻한 안식과 위로를 찾은 것이다. 이제 그만 시끄러운 현실을 빠져나가고 싶은 욕구를 절실히 느낀 당대인의 현실 도피 심리에 『청록집』이 내세운 ‘자연의 발견’각주1) 이라는 명제는 썩 훌륭한 출구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일부 비평가는 ‘청록파’의 시들이 지나치게 현실을 배제한 서정 일변도이며, 너무 정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청록집〉 출판 기념회(1946. 9.)에서

앞줄 왼쪽부터 곽종원 · 박목월 · 조지훈 · 박두진, 뒷줄 왼쪽 세 번째부터 조연현 · 김동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