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 Human Geography

딸이 더 좋아

Jimie 2024. 5. 15. 04:55

딸이 더 좋아 [신동욱 앵커의 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UrwMN_BccCQ

 

Mar 4, 2023 #딸 #성비 #여아

#딸 이 아버지를 살갑게 부축해 병원을 나섭니다. 혼자 계시는 아버지가 끼니를 거르시지는 않는지, 늘 전화를 걸어 챙깁니다.

 

("아버지, 밥은?") "먹으려고" "먹고 있어" "그럼, 잘 먹고 있다"

 

시인들은, 딸이 낫다는 걸 진작에 알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청계천 변 10전짜리 국밥집에, 앞 못 보는 걸인 아버지를 어린 딸이 모시고 왔습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1980년대 시인의 집에, 아버지와 두 딸이 연탄 배달을 왔습니다.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아이들이 얼굴에 검정을 묻히고서 연탄을 날라다 쌓습니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뭐…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말했다"

 

시인은 세 부녀가 명랑하게 일하며 주고받는 말을 듣고서, 나중에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주리라 맘먹습니다. 예전에는 딸에게 또순이 말자 말순이 막순이 끝순이 딸막이 같은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딸 낳고 서운해서, 딸 좀 그만 낳게 해달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남쪽에 가면 칠공주식당이라는 오래된 맛집이 있는데, 아들을 보려다 딸만 일곱을 둔 집입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옛날이야기지요. 1990년 여자아이 백 명에 남자아이 116.5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출생 #성비 가, 104.7명으로 떨어져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셋째 아이 성비는

 

1993년 209.7명까지 치솟았다가, 이듬해부터 태아 감별을 처벌하면서 꾸준히 낮아져 105.4명이 됐습니다.

 

저는 아들만 하나여서 부러운 일입니다만, 알콩달콩 딸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고, 노후에도 딸이 훨씬 살갑게 보살피기 때문이랍니다.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60대 이상에서 70퍼센트를 넘는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여아 선호는, 아이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입양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국내 여자아이 입양이 남자아이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해외 입양은 남자아이가 열에 일곱 명꼴로 많습니다.

 

구한말에 아들 낳았다고 가슴을 드러내 자랑하는 여인의 사진을 보고 시인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백년 다시 백년 후 조국엔, 딸 낳은 여인도 가슴을 드러내놓고, 남태평양처럼 화통방통하게 웃는" 날을 꿈꿨습니다.

 

백년씩 기다릴 것도 없습니다. 딸을 낳고 싶어서 둘째 셋째를 본다는 얘기가 전혀 생소하지 않은 시대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니까요.

 

3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딸이 더 좋아' 였습니다.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