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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면 무능하다? 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Jimie 2024. 5. 6. 11:46

[태평로] 건전하면 무능하다? 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
“너나 깨끗해라” 조롱과
막말·범법이 능력인 사회

입력 2024.05.06. 00:16업데이트 2024.05.06. 06:29
 
 

얼마 전 ‘착한 어린이’ 온라인 영상이 화제였다. 일고여덟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얼른 뛰어 길을 건넌다. 맞은편으로 건너간 아이는 뒤로 돌더니 배에 두 손을 올리고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차를 세워 길을 건너게 해준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누구 집 아이인지 잘 컸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아이는 서른 되고 마흔 되고 쉰 살 되어서도 ‘착한 심성’을 지킬 수 있을까.

 

최근 식사를 함께 한 정부 관료 A는 부하 직원 얘기를 하다가 “나는 착한 게 싫다”고 했다. 일 못하는 직원이 주로 착하다고 했다. 착함과 능력은 카테고리(범주)가 다른데도 ‘착함=무능’이라는 범주 오류를 확고히 믿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신화(神話)다. 사소하고 궂은 일은 떠넘기고 주목받는 일 좇으며 성과 내는 게 능력이다. 아랫사람 윽박지르고 핍박해서 퍼포먼스 보이는 게 능력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 돋보이지 않는 일 묵묵히 하는 이들이 무능한 것이다.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다.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다. 욕설과 막말과 범법이 능력이다. 대학생 딸에게 11억 대출받게 해 강남 아파트 사는 게 능력이다. 잘못 인정한다면서도 “너나 깨끗해라” 조롱하는 게 능력이다. 표창장 위조해 딸 의전원 보내는 게 능력이다. 범죄 혐의에도 정치에 나서 제3당 만드는 게 능력이다. 자식 위한 일에 그깟 사소한 범법이 무슨 잘못이냐 여기는 게 능력이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선관위 경력직에 자식 꽂아넣는 게 능력이다. 위조문서 만들 여건이 되지 못한 이들, 할 수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한 이들이야말로 무능한 것이다.

 

물론 평범한 시민인 필부(匹夫)의 도덕과 나라 구해야 할 정치인·공직자의 도덕은 때로 다를 수 있다. 2300년 전 맹자는 ‘형수의 비유’로 이 차이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잡아서만 아니라 머리채를 당겨서라도 끌어올려야 한다. 위급한 상황을 구제해야 할 때 사소한 도덕에 얽매여선 안 된다. 그러나 이 말이 평소 형수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착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입으로는 정의(正義)를 외치면서 시민의 도덕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임진왜란 발발 전인 450년 전 사회에도 이런 자가 많았던 모양이다. ‘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曺植·1501~1572)이 일갈했다. “요즘 배웠다는 사람들은 손으로는 물 뿌리고 비질하는 법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하늘의 이치를 말하며 이름을 도둑질하고 남을 속인다.” 왜 비질하기 전 물을 뿌리는가. 먼지를 최소화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착한 마음’이다.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큰 배움)’을 배우기 앞서 아이들 배우는 ‘소학(小學·작은 배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작은 배움도 모르면서 큰 배움을 안다고 하는 이들이 지금도 목소리를 높인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희생과 존중 같은 가치가 조롱받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고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없다. 스타 플레이어가 제 몫 다 하고, 돋보이지 않더라도 팀원들이 제자리에서 서로 존중하며 단단한 팀워크를 짤 때 ‘수퍼 A급’ 팀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욕설·막말·범법하는 이들이 스타가 되는 팀은 잠깐 반짝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모두(冒頭)의 횡단보도 아이를 생각한다. 아이는 서른·마흔·쉰 살 되어도 착한 심성을 지켜갈 수 있을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에 상처받거나 조롱당하지 않고 세상을 온전히 건너갈 수 있을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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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4:34:45
지금 한국은 윤리나 양심이 실종된 '아노미 사회'다. 범죄자가 큰소리 치고 양심 지닌 사람은 기죽어 지낸다. 이게 다 정치인이나 고위층 사람들의 부도덕에서 기인한 일이다. 이런 세태가 통탄스럽다.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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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1:25:18
악한 사람들의 세상은 발전하지 못하고 멸망한다. 엔리케 바리오스의 소설 아미에서 악한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전쟁으로 파멸하여 높은 문명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한다. 사랑과 배려 화합 예의바름 착함이 무능으로 인식되는 좌파투쟁 홍위병사회에서 우리는 병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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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ou
 
2024.05.06 04:00:05
그 조롱의 시작은, 도덕성을 두고는 돈을 배경으로한 강남. 정치를 두고는 이념지지자들을 배경으로한 Jappeol야당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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