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러시아 군부를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北進)하는 모양새다. 이날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기지를 장악했다고 밝힌데 이어, 모스크바에서 500km 떨어진 지역의 군사시설까지 손에 넣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에서 자신이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 군사 본부 안에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로스토프나도누는 모스크바에서 약 1000km 떨어져 있다. 프리고진은 “와그너그룹이 비행장을 포함한 도시의 군사 기지를 통제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모스크바의 최고위층을 무너뜨리겠다고 맹세했다”고 했다. 이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오지 않으면 로스토프나도누를 봉쇄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의 한 보안 소식통은 와그너 병력이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보로네즈시(市)의 군사 시설도 장악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수도 모스크바와 보로네즈에 대테러작전 체제를 발령한 상태다.
전날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있던 와그너 그룹 후방 캠프를 고의적으로 포격했다고 주장하면서 ‘반란’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병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처벌할 것이라며 “이것은 군사 쿠데타가 아닌 정의의 행진” “우리는 끝까지 갈 준비가 됐다”며 러시아 수뇌부와 맞서겠다고 했다. 이후 병력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로스토프나도누로 진격했다.
한편 프리고진은 이날 영상에서 자신들의 행동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방해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공개한 음성 메시지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군 수뇌부를 처벌하는 것뿐”이라며 러시아 정규군에 자신들을 막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민간용병조직 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각) 무장 반란을 선언하고 러시아 본토로 진격한 가운데, 러시아 현지에 무장 군인과 장갑차가 배치된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앞서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와그너의 후방 캠프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며 “쇼이구 장관을 응징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던 와그너 병력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히면서 “현재까지는 어떠한 저항에도 직면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길을 막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리고 정부기관과 교통 인프라 등 모스크바의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 강화를 위해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했다.
러시아 현지 상황으로 추정되는 영상들도 소셜미디어에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로스토프주의 한 주유소 인근으로 장갑차가 지나가거나, 러시아 시내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군용 트럭이 줄지어 서있는 영상도 포착됐다. 또한 무장 군인들과 장갑차가 로스토프주의 정부 청사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도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붉은 글씨로 ‘Z’가 적힌 탱크가 도로 위에 세워져 있으며, 무장 군인들은 한 건물 주변을 둘러싸며 포위하거나 총을 겨누고 있다. 대문자 ‘Z’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알려져있다. 병력이 포위한 이 건물은 로스토프주에 위치한 러시아 군사본부로 알려져 있다.
다만 러시아 주민들은 전운을 감지하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민간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병사들 바로 옆에서 신기하다는듯 휴대폰 촬영을 하거나 꽃과 풍선을 손에 들고 이 장면을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도 포착됐다. 미화원들은 탱크 바로 옆에서 거리를 청소하기도 했다.
타스통신은 한 병사가 카메라를 향해 손 하트를 그리는 사진을 보도했다. 동유럽 소식을 전하는 넥스타 TV는 트위터에 이 같은 영상을 올리며 “와그너 그룹이 로스토프의 정부 청사를 포위했다”면서도 “도시에선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현지시각)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이 반란을 일으키며 러시아에 진격, 남부 로스토프주 군사본부 일대 병력을 배치한 가운데, 러시아 미화원이 장갑차 바로 옆에서 빗자루로 쓸고 있는 모습. / 트위터
크렘린궁과 의회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수도 모스크바 인근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인 바실리 폴론스키는 “모스크바의 거리가 조용해 보이지만 정부 기관의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며 “각종 군사 장비를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볼 수 있으며, 내무부 본관 뒤에 일부 장비가 배치돼 있다”고 했다. 모스크바 거리에 장갑차와 각종 군사장비가 배치돼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와그너 그룹이 진격한 로스토프주 주지사는 이날 공개 성명을 통해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침착하게 대처하고 집을 떠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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