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뒤집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노동 관련 사건, 일제 강제 징용 사건 등에서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이 납득하기 힘든 판결을 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대법원이 법 적용을 잘못했다가 하급심의 지적을 받고 바로잡는 일도 있었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 권위가 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4월 택시기사들이 택시회사를 상대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게 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택시기사의 운행 수입은 회사에 내는 ‘사납금’과 본인이 갖는 ‘초과 수입’으로 구성된다. 회사는 사납금에서 일정 비율을 떼서 기사들에게 ‘기본급’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회사가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추려면 사납금을 올려야 한다고 하자 기사들이 반대했다. 사납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초과 수입을 가져가는 방식을 기사들이 선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택시회사와 기사들은 근무 시간 장부에 실제 근무한 것보다 짧은 시간을 넣는 내용으로 노사 간 합의를 했다. 형식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기준에 맞춘 것이다. 이후 택시기사들이 ‘실제로 일한 시간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게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대법원이 기사들에게 승소 판결을 하면서 앞서 회사에 승소 판결을 했던 하급심도 잇따라 뒤집혔다. 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택시회사들은 폐업하게 됐다.
당시 대법원 판결의 주심인 박정화 대법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민변 회장 출신으로 노동 전문 변호사 시절 최저임금 관련 사건에서 “단체 협약으로 근로 시간을 줄이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던 김선수 대법관도 다수 의견에 속했다.
이 대법원 판결과 반대인 결론을 내리는 하급심 판결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부산지법은 지난 1월 “노사 간 근로 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 규정을 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택시회사 손을 들어줬다. 택시 호출 앱이 등장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근로 시간이 감소하는 추세를 볼 때 근로 시간이 실제로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달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도 “택시운수업의 특징을 고려할 때 노사 간 근로 시간 합의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며 기사들에게 패소 판결을 했다. 작년 11월 창원지법과 의정부지법, 작년 10월 수원지법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최저임금을 보장하겠다면서 택시회사들이 문을 닫게 만드는 대법원 판결은 기사들에게 일할 기회 자체를 빼앗는 것”이라며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 판결의 모순을 바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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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0월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을 하자 이를 뒤집는 하급심 판결도 나왔다. 이 소송은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것인데, 이에 대법원은 “일제 불법 지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며 “한 사람에 1억원씩 배상하라”고 했다.
그러자 대법원이 반일(反日) 감정을 의식해 국제법 원칙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년 8개월 만인 2021년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却下)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볼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이 군(軍) 형법에 따라 재판해야 할 사건에서 일반 형법을 잘못 적용하기도 했다. 2019년 5월 대법원 2부는 육군 장교가 영내(營內)에서 부사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에서 ‘폭행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反)해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을 근거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군 부대 안에서 군인이 다른 군인을 폭행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군 형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이 다시 대법원에 올라오자 대법원도 종전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군사법원 판결대로 확정했다. 이 사건에 대한 첫 대법원 판결의 주심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노정희 대법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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