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를 전직 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출연시켜 검찰과 정부를 비판하게 했다. 공영 방송으로서 최소한의 방송 윤리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16일 제기됐다. 검찰 수사의 핵심 피의자인 송 전 대표가 “검찰 독재 정권”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은 그대로 생중계됐다.
KBS 2TV ‘더 라이브’는 15일 밤 전직 양당 대표들로부터 현 정국에 대한 훈수를 듣는다는 취지로 송 전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생방송에 30분 넘게 출연시켰다. 방송에서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위기가 뭐냐”는 질문에 “국민을 대신해 제대로 싸우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 검찰 독재 정권의 무지막지한 국정 독단에 대해 싸워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진행자가 “본인 관련 얘기 아니냐”고 하자 송 전 대표는 “내 얘기 아니다. 국민을 대변해서 하는 것”이라며 서로 웃고 농담했다.
생방송 내내 송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은 언급되지 않았다. 진행자가 먼저 논란을 우려한 듯 “본인 관련 사안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이 자체가 KBS 스스로 송 전 대표 출연의 부적절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최근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들과 송 전 대표를 순차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마치 돈 봉투 사건이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송 전 대표가 아무렇지도 않게 검찰을 비판하고 현 정국에 훈수를 두도록 KBS가 판을 깔아준 것은 사실상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했다. “공영 방송에서 범죄 혐의자를 출연시켜도 되느냐” “이런 방송 패널이 제정신인가. KBS는 국민을 무시하느냐”는 비판 댓글도 달렸다.
송 전 대표는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이분’이라고 칭하며 “이분이 아직 대통령이 아니고 검사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피의자로 완전히 취급하고 배제하는 거 아니냐. 검사가 수사 대상을 바라보는 식으로 야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큰 문제”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득표 차가 역대 최소 0.76%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2.3% 득표를 합하면 프랑스처럼 결선 투표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윤석열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라며 “현재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10%p 높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래픽=김현국
송 전 대표는 이날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관해 “한일 회담 밀약을 맺은 것 같다”고 했고, 이재명 대표를 만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중국 패배 베팅은 잘못”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논란에는 “여권이 이 대표가 보기 싫으니까 이 기회에 이 대표와 야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한중 관계를 과도하게 이용했다”고 하는 등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한 개인 소신을 제약 없이 생방송에서 쏟아냈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성명에서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라는 중대한 부패와 비리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국민이 낸 수신료를, 피의자 면죄부용 방송 제작에 쓰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국민들은 범죄 피의자 대국민 선동 방송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이러니 국민 96% 이상이 시청료 분리 징수에 찬성할 뿐 아니라 ‘시청료 폐지’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라며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기정사실로 되자 대놓고 좌파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KBS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통합해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연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송 전 대표와 함께 패널로 섭외한 것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KBS는 송 전 대표와 보수 진영 내부 총질을 남발하는 이 전 대표를 패널로 불러 방송했다”며 “두 전 대표는 방송 내내 대통령과 여당의 외교 정책을 한목소리로 비난·조롱했다”고 했다. 이에 KBS는 “22대 총선을 300일 남기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출연시키려고 했지만 섭외가 되지 않아 아쉬운 대로 이준석 전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등 두 전직 대표를 출연시켰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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