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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앞 시위금지법? 적어도 세 번은 “미안하다”고 해야

Jimie 2023. 4. 5. 05:1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7783

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얼마든지 권력자 비판할 자유 있다”더니

중앙일보

입력 2022.06.09 03:30

 

 

문재인 정부 사람들을 보면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나?)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어떤 비난·비판에도 절대 고소·고발하지 않는다고 약속해달라) 권력자를 비판함으로써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방송(2017년 2월 9일 JTBC ‘썰전’)에서 이렇게 국민에 약속했던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사저 앞에서 시위하는 국민을 대리인을 통해 모욕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뿐인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문 전 대통령 측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사람은 가둘지언정 진실은 가둘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부인 김정순씨 SNS 전언) ‘불합리한 사법제도는 어떻게 김경수에 유죄판결을 내렸나’란 부제가 달린 『김경수, 댓글조작, 뒤집힌 진실』이란 책도 나온단다. 기가 막힌다.

 

시위 옹호 문, 사저앞 시위 고소
댓글공작 김경수도 유죄 ‘불복’
고소 앞서 ‘내로남불’ 반성하길

 

김 전 지사의 죄는 ‘역대 최고의 친정권(문재인 정부) 사법부’란 비난을 받아온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이 내린 것이다. ‘김명수 사법부’는 1심부터 3심까지 일관되게 김 전 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2부 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2018년 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에 오른 판사다. ‘적폐판결’이라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는데도 두 눈 부릅뜨고 불복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지사를 “인간적으로 형제 같고 정치적으로 가장 든든한 동지”(2014년 3월)라 표현했다. 이 정도면 측근이 아니라 피붙이 아닌가. 따라서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피붙이가 대통령직의 정통성마저 뒤흔들 중대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했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이 댓글 공작 관여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면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 드러누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김 전 지사의 유죄 확정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그의 사면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엮어 끼워팔기식으로 추진하다가 여론을 의식해 접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유죄 확정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으로서 거둔 거의 유일한 성과였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전 의원이 단식 등 극한 투쟁 끝에 특검을 성사시켰다. 또 특검을 맡은 허익범 변호사가 밤을 새워가며 죄상을 추적해 유죄를 끌어냈다. 김 전 원내대표의 회고다.

 

“드루킹 일당의 상층부에 있다 좌천된 사람의 제보가 실마리였다. 사안이 중대해 그 제보원을 만날 때면 차량 통행이 뜸한 지방 도시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다. 제보원이 알려준 정보를 내가 연일 폭로하면서 국민 관심이 급증하자 제보원은 ‘더 결정적인 고급정보가 내 휴대전화에 있다’며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드루킹이 김 전 지사를 넘어 최고 ‘윗선’과 접촉해 댓글 공작을 했다’는 게 그 고급정보의 요지로 보였다.”

 

김 전 원내대표는 “제보를 돈으로 사는 건 불법이라 단칼에 거절했지만 이런 얘기가 제보원 입에서 흘러나온 걸 보면 드루킹이 권력의 최정점까지 접촉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추가 수사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7월 SNS에서 똑같이 추가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게 눈에 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드루킹 주도 친문조직)에 가자’고 직접 말하는 화면들이 남아 있고, 고위공직인 총영사 자리가 흥정하듯 거래된 게 드러난 상황이다. …문 대통령 본인이 여론조작을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거라는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본인 모르게 ‘키다리 아저씨’가 여론조작을 해 줬다는 말인가.”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측근 최순실씨를 비선으로 쓰며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탄핵당하면서 대통령이 됐다. 정작 본인은 아들의 공공지원금 수령 논란, 사위의 타이이스타 취업 특혜 의혹 등 측근을 넘어 가족들에 제기된 스캔들마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에 입장을 물으면 “가족에 대해선 언급 않는 게 원칙”이란 해괴한 답변만 돌아왔다.

 

욕설 시위는 분명히 문제다. 반대한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욕설 시위대가 진을 쳤을 때 말리는 시늉조차 한 적이 없다. 그래놓고 자신의 사저 앞에서 시위하는 국민은 바로 고소했다. 퇴임 후에도 ‘내로남불’이 작열한다는 비아냥이 과하지 않다.

강찬호 논설위원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06/11/RKEL6LVBXNHNJIFJTIR773RC7U/ 

사저 앞 시위금지법? 적어도 세 번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주말-노정태의 시사哲]
박찬욱 ‘친절한 금자씨’와
文 양산사저 앞 집회논란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입력 2022.06.11. 03:00업데이트 2022.06.1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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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겨울, 경주여자교도소. 이금자(이영애)가 출소하는 날. 악단까지 대동한 교회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살아있는 천사라더라, 얼굴에서 빛이 난다더라, 술렁대는 사람들 앞에 여름용 땡땡이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이금자. 교회의 전도사는 두부를 내민다. “다시는 죄 짓지 말라고 먹는 겁니다.” 금자는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어 두부를 접시째 내팽개치고는 차갑게 한마디 던진다. “너나 잘하세요.”

일러스트=유현호

한없이 친절했던 금자씨가 왜 이렇게 변한 걸까. 그가 감옥에서 보여준 모든 선행은 의도된 것이었다. 여섯 살 소년 박원모가 유괴 살해당한 일에 금자의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백 선생(최민식)은 발각되지도 감옥에 가지도 않았고, 오직 금자만이 13년의 수감 생활을 겪었다. 감옥에서 ‘친절한 금자씨’가 되어 뿌려둔 선행은 모두 백 선생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 금자는 감방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백 선생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설정이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의 뒤를 잇는 ‘복수 3부작’으로 꼽히지만 그 내용과 전개는 전작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박찬욱 특유의 강렬한 영상과 블랙 유머를 유지하면서, ‘복수’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후 사정이 어찌 됐건 금자는 유괴의 공범이다. 결백하지 않다. 금자는 백 선생에게 복수해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가? 미안하다고 무릎 꿇고 손가락을 잘라가며 빈다고 해서 그 일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백 선생을 잡아서 죽인다 한들 금자는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 없다. 정당한 복수란 가능한가? 복수와 정의는 어떤 관계를 지니는가?

 

이는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 가장 오래된 철학적 고민 중 하나다. 수렵 채집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는 복수의 규칙이 단순했다. 우리 부족에 해를 끼친 놈들에게 최대한의 앙갚음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국가를 이루기 시작한 후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받은 피해를 최대한으로 응징하면 상대편 역시 똑같은 식으로 대응할 것이고 결국 피를 피로 씻는 싸움이 이어지며 국가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론 왕국의 함무라비왕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다른 사람의 눈을 뽑은 자는 똑같이 눈을 뽑는다.” “집이 무너져서 집주인의 아들이 죽으면 집을 지은 건축가의 아들을 사형에 처한다.” 흔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른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Lex Talionis)이다.

 

동해보복법은 끔찍하고 야만적이다. 하지만 당시의 시각에서 보자면 놀라운 발전이다. 상대에게 자신이 당한 것과 같은 고통을 겪게 하는 것으로 복수의 연쇄고리를 끊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과잉 복수를 하며 상호 파괴로 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혈연과 친분으로 얽힌 부족사회의 한계를 벗어나 더 큰 정치적 단위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더 중요한 요소도 있다. ‘공권력’이 출현한 것이다. 바빌론에서는 누가 나의 눈을 멀게 하거나 엉터리로 집을 지어서 내 아들이 깔려 죽었더라도 나와 내 가족이 직접 복수를 할 수 없다. 대신 공명정대한 함무라비왕이 내가 당한 것과 같은 일을 저들이 겪게 해줄 것이다. 동해보복법 이전에는 든든한 가문이나 부족의 일원이어야 내가 겪은 부당한 일에 대해 복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빌론에서는 약하고 힘없는 자도 정의를 구할 수 있다.

법의 목적은 잘못한 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다. 법철학에서 ‘응보론’이라 부르는 이러한 관점은 근대 이후 반론에 부딪혔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예방론’, 범죄자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국가 형벌권의 이유라는 ‘교화론’ 등이 출현한 것이다. 물론 각각의 반론에는 수긍할 만한 지점이 있다. 하지만 잘못한 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칸트가 지적했듯이 원시적인 규칙을 보장하지 않는 법 체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의롭다고 인정받지 못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시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유튜브 조회수와 후원금을 노리는 극우 단체의 무지막지한 고성방가와 욕설, 폭언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평산마을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도 클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내외가 고소장을 제출하고 몇몇 친문 의원들이 ‘전직 대통령 사저 앞 집회 시위 금지법’을 발의하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넘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본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고 소셜미디어(SNS)와 뉴스 댓글 등을 통해 온갖 욕설을 퍼부을 때, 문 전 대통령은 ‘양념’이라며 두둔하지 않았던가? 그 고춧가루가 남의 눈에 들어갈 때는 괜찮고, 본인 콧구멍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매운가. 민주당 의원과 지지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X박이’를 외쳐댔던 수많은 시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때 저질렀던 일이 있으니 너희도 당해보라’는 말초적 보복 감정을 두둔할 수야 없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및 그 지지 세력이 이제야 ‘거리의 함성’을 금지하려 드는 것은 파렴치하다.

 

<친절한 금자씨>로 돌아와 보자. 금자는 복수를 시작하기 전 원모의 부모를 만나 손가락을 자르며 사죄한다. 감옥에 가 있는 동안 금자의 딸은 해외로 입양가 있었다. 찾아온 금자에게 한국말을 못하는 딸이 영어로 말한다.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미안하다고 해.” 문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도 그런 것 아닌가. 폭력적인 정치 문화를 만들고, 조장하고, 심지어 정치적 이득까지 봤던 본인과 지지자들의 행태에 대해,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확성기에 확성기로 맞서는 원시적 보복의 연쇄를 끝내는 해법은 간단하다. 보편타당한 법을 만들고 지키면 되는 것이다. 기원전 1750년 무렵의 인류도 알고 있던 진리다. 그런데 민주당은 2022년의 대한민국 법을 함무라비 법전만도 못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다시 한번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를 내뱉을 수밖에. “너나 잘하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자서
 
2022.06.11 06:24:39
문재인은 정말 파렴치하다 남이 괴로움 당할땐 양념이라더니 지가 당하니 고소남발이다 항상 입으론 비단결같이 말하고 행동은 엄청 얍삽하고 잔인하다 이넘은 사람이라 부르기 좀스럽고 민망하다
답글7
2770
23

2022.06.11 23:41:39
역시 노정태. 현존하는 한국의 논객 중에서 부동의 1티어 답게 글 쓰는 솜씨가 예술이다.
1827
13

2022.06.12 06:02:53
문재인은 용기도 없고 지략도 없었고 오직 대깨문 뒤에 숨어서 야비한 정치질만 했었기에 지금의 상황에 동정심이 손톱만큼도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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