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6/15/2FHC6X42TJDZ5GUL7WRXVHFUCM/
좌파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소리’를 운영하는 백은종 대표 등 20여 명이 14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7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대한 보복성 집회였다. 이들은 양산 집회가 중단될 때까지 매일 이곳에서 집회를 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초구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정문 앞. 백씨는 마이크에 대고 “(윤 대통령 자택이 있는 건물인) 아크로비스타 주민들께 죄송하지만 대통령을 잘못 뽑은 죄라고 생각하시고 인내하시길 바란다” “아크로비스타는 방음이 잘돼서 (양산보다는) 주민들의 고통이 덜할 거다”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양산 소음 집회를 중단시켜라. 중단을 못 시키더라도, 말이라도 상식적으로 하라”고 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 집무실(인근)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고 답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를 구속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법원 정문에 방송 차량 1대, 앰프, 확성기 등을 설치해 양산 사저 앞 집회에서 나오는 소리를 녹음한 것도 틀었고, 꽹과리와 북도 쳤다.
이날 오후 인근 주민들은 경찰에 “너무 시끄러워 생활을 할 수가 없다”는 등의 소음 신고를 했다. 경찰이 집회 현장에서 40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낮 시간 집회 때 최고 소음 기준인 65dB(데시벨)을 넘은 73dB(데시벨)이 나왔다. 사람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보통 60dB 정도다. 이에 경찰은 현장에서 2차례에 걸쳐 소음유지명령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유지명령을 내릴 경우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고, 계속해서 소음 기준을 넘길 경우 확성기 등 방송 장비 사용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소음유지명령을 받은 뒤 스피커 개수를 2개에서 1개로 줄였고 소음 강도도 낮췄다고 한다.
또 서울의소리 측 집회가 열린 장소에서 10여m 떨어진 인도에서는 같은 시각 ‘신자유연대’ 관계자 등 10여 명이 서울의소리 측을 비판하는 집회를 했다. 이들은 “서울의소리 백은종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https://www.chosun.com/opinion/taepyeongro/2022/06/21/GK2QN6GXUJEPPKVTI76JNESPDE/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면 정치 지도자라기보다 한 사람의 법률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양산에 내려가 거의 처음 한 공적 행위가 국민 상대 고소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시위 중인 보수단체 회원 4명을 직접 경찰에 고소했다. 모욕, 명예훼손, 살인 및 방화 협박 등 혐의로 처벌을 구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얼마든지 대통령을 욕해도 된다’고 해놓고 뒤로는 국민을 고소해 논란이 됐다. 나중에 취하하면서 청와대는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도 얼마든 고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는데, 실제 그렇게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퇴진 시위가 벌어지면 광화문에 나가 끝장 토론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침묵했다. 퇴임 후에도 집 앞 시위대와 대화를 시도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의 재임 중 대학 캠퍼스에 대통령 풍자 대자보를 붙인 청년들은 ‘건조물 무단 침입’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에게 대북 정책 항의 표시로 신발을 던진 시민도 집요한 보복을 당했다.
대통령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를 대통령이 앞장서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의 법조화’는 국회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00명 중 46명(15%)이 법조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2만6486명(6월 16일 현재)으로, 대한민국 인구 5200만명의 0.05%다. 특정 업역이 입법부에 과다 대표된 것이다. 민주당 입법 폭주를 주도한 ‘처럼회’ 김용민·김남국·최강욱 의원도 변호사 출신이다. 이들은 개혁을 명분 삼아 ‘입법 만능주의’로 치달았다. 무엇보다 몰두한 ‘검찰 개혁’은 자신들과 맞선 검사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것으로 끝났다. 화풀이하듯 ‘검수완박’에 검사 월급 깎는 법까지 냈지만, 지방선거도 완패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다.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 그는 문 전 대통령 집 앞 시위에 대해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며칠 후 자신의 서초동 자택 앞에서 ‘맞불 시위’가 열렸을 때도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니까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뒤 김건희 여사 팬클럽이 맞불 시위대를 고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이 법치를 무력화해 상식과 정의가 무너졌다는 반성적 차원에서 법치를 강조한다. 법치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국민 기본권 보장의 보루다. 하지만 ‘법대로’만 외치면 전·현 대통령 집 앞 시위에서 보듯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또 법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법에 임기가 보장된 전 정부 출신 공공기관장 문제가 그렇다. 변호사에 민주당 의원을 지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법의 정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사퇴를 거부한다. 친야 성향 변호사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윤 대통령이 아무리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해도 대통령기록물법이 진상 규명을 가로막고 있다.
때론 법을 뛰어넘는 힘을 가진 게 정치다. 민주국가의 법은 대부분 여야 간 대화와 타협, 즉 정치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법치에 앞서 정치가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먼저 인근 주민의 고통을 고려해 양쪽 사저 시위 자제를 요청했으면 한다. 문 전 대통령도 가능하다면 집 앞 시위대와 만나보길 권한다. 두 사람 모두 한 사람의 법조인이 아니라 국민을 이끈 지도자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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