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당대표 당선 등 친윤계의 완승으로 끝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다. 윤 대통령은 올 초 본지 인터뷰에서 “윤심은 없다”고 했지만 당대표 후보들은 선거 내내 윤 대통령과 관계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비주류는 ‘당정 분리’를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과 주류는 ‘당정일체’를 주장했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윤 대통령 중심으로 당이 재편돼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기현 신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대통령 직할 체제로 재편된 것은 윤 대통령의 총선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를 제외한 안철수 후보 등 비주류도 47%의 지지를 얻으면서 당내 통합이 숙제로 남게 됐다.
보통 집권 여당의 주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구성돼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선에 승리하고도 당 지도부와 윤 대통령 간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준석 전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들의 갈등이 확대됐다. 당내 기반이 적었던 ‘정치 신인’ 대통령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 선언 4개월여 만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됐고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당이 분열돼 있어 국정 운영에 힘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장제원 의원 등 친윤 그룹은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김기현 대표를 지원하는 동시에 당정(黨政) 일체론을 띄웠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친윤 그룹은 당권 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후보에 대해 “반윤 우두머리” “국정의 적”이라고 비판해 ‘용산 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논란을 감수하고라도 총선 승리를 위한 친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당원들도 ‘이번엔 윤 대통령을 밀어주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당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비윤계 후보들이 모두 탈락하면서 향후 총선 공천을 비롯한 당 운영에 윤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교감하는 것으로 알려진 친윤 그룹에서는 ‘세대 교체론’도 거론된다. 내년 4월 총선 때 영남과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자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의 출마 가능성도 공공연하게 이야기된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윤 대통령과 주류 그룹은 총선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야당은 이 때문에 총선에서 ‘심판론’을 내세울 계획이다. 이는 윤 대통령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정 일체가 강조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경우 대통령이 승부처에 원하는 인물을 공천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을 경우 영남과 서울 강남 지역에서 ‘측근 공천’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당정 일체론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던 안철수 후보,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포용할지도 윤 대통령의 숙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우리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했다. 준비된 연설에 없었지만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추가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나라의 위기, 그리고 당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당내 비윤계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됐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입장하자 1만여 당원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붉은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한껏 고무된 듯 대선 당시 유행시켰던 ‘어퍼컷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입장과 퇴장 때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와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레미제라블 노래는 대통령 애청곡이자 애창곡이고 하입보이는 윤 대통령 시장 방문 쇼츠(짦은 동영상) 배경음악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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