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신임 당대표는 취임 일성(一聲)으로 “우리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달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친윤계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3%대에 머물던 초기 지지율을 석 달여 만에 과반인 53%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윤석열 정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라는 당심이 폭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과반 득표로 당대표 당선을 확정 지은 김기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서 저는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있다”며 “하나로 똘똘 뭉쳐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자”고 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며 “어떻게 하면 청년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것인지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과의 협치와 관련해선 “빠른 시일 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찾아뵙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직 인선과 관련해 “연대·포용·탕평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일 잘해 나가서 내년 총선을 이길 수 있는 분을 잘 삼고초려해서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직 인선은 김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울산 출신인 김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로 임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석에서는 서울법대 1년 선배인 김 대표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울산 남구을 지역구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지냈다. 이 시절 매일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한다고 해서 ‘보따리장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울산시장에 당선되면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패하면서 첫 낙선을 경험했다. 이후 검찰은 이 선거에서 청와대가 대통령 친구 당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에 나섰고, 그 결과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판사’에서 ‘투사(鬪士)’로 이미지가 바뀐 김 대표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올랐다. 이후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대표까지 내리 거머쥐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이날 김 대표의 과반 득표는 내년 총선까지 집권 여당이 윤석열 정부를 단단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심이 반영된 결과다. 김 대표 측도 “김기현 좋아서 찍어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도 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성과로 승부 보겠다는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고 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의 성실성, 치밀함, 친화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당대표에 도전하면서 김 대표는 당원·당협위원장·의원들과 일일이 접촉하는 저인망식 유세에 나섰다. 당내 인사들 사이에선 “김기현은 저녁을 세 번 먹는다” “의원 둘만 모여도 김기현이 나타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다만 약점도 동시에 노출됐다. 낮은 대중적 인지도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상대 후보들은 경선 초기 김 후보의 한 자릿수 지지율을 겨냥하면서 “지지율 3%짜리 대표가 총선에서 유세한다고 누가 알아보겠나”라고 공격했다. ‘친윤계 대리인’이라는 꼬리표도 한계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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