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도중 눈을 감은 채 손으로 턱을 만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7명 중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지만 가결이 139표로 부결(138표)보다 많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체포동의안 부결로 구속영장은 자동 기각됐지만 적지 않은 반란표가 쏟아진 것은 이 대표에겐 큰 정치적 부담이다. 이 대표는 비명계 의원들을 일대일로 접촉하고 손편지를 보내며 표 단속을 했다. 압도적 부결을 토대로 당내 퇴진 공세를 정면 돌파하고 현 정권과 맞서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찬성·기권·무효표를 합치면 159표로 절반을 넘는다. 이 대표로선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래 놓고 “사법사냥이 일상이 되어가는 폭력의 시대” 등의 주장을 내세우며 표 대결에 나섰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겸허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식 개혁이 결국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상황논리로 개혁을 스스로 좌절시켰기 때문”이라는 정의당의 지적을 새기길 바란다.
이 대표 문제가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선 안 된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기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대납 의혹 등 다른 수사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의무가 있다. 그와 별개로 민주당은 민생 법안 처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검찰도 무리한 야당 탄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증거에 입각해 수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 대표와 검찰 모두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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