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발표는 일부 표의 무효 여부를 두고 2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부(不)’ 자가 불명확하게 쓰인 두 표가 문제였다. 어차피 ‘부결’ 최종 결과와는 상관이 없지만 민주당은 ‘우’로도 읽힐 수 있는 이 표를 모두 ‘부’라고 끝까지 주장했다. 이 표가 부로 인정돼야 가(찬성)·부(반대)가 139표로 동수가 되기 때문이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은 그림은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부결을 낙관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반란표가 쏟아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 결과가 집계되면서 무효표를 제외하고는 체포동의안 가결표가 부결표보다 많은 것으로 나오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두 표의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기명 투표용지에는 ‘가’ 또는 ‘부’만 적게 돼 있고 불분명하게 적힌 표는 무효표 처리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논란이 계속되자 “이 두 표 때문에 가부 여부가 갈린다면 개표를 중단하고 다른 합법적 방법을 통해 가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진행하자”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김 의장의 중재는 무산됐다. 격론 끝에 김진표 의장은 두 표 중 한 표는 ‘부’, 다른 한 표는 무효표로 인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가부 동수라도 맞추려던 지도부가 면목 없게 됐다”고 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대표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한 장관은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에서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을 옹호하는 데 사용했던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는 말을 비틀어 “위례·대장동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영업 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며 “여기서 주인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남 FC 의혹에 대해서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만만한 관내 기업체를 골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이 먼저 흥정을 걸고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본질”이라며 “후불제, 할부식 방식으로 뇌물이 지급되었다”고 했다. ‘도주의 우려가 없어 구속영장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에 도망갈 염려가 없다는 주장대로라면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은 왜 구속돼 재판을 받았던 것인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15분간 설명했다. 체포동의안 설명 역대 최장 기록이었던 노웅래 의원 건의 5분30초를 경신했다.
이재명 대표는 “혐의 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고 맞섰다. 대장동 사업은 5503억원의 공익을 환수한 성과이며, 성남FC의 광고 유치 역시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뚜렷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려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죄 추정, 불구속 수사 원칙은 차치하더라도 소환 요구에 모두 응했고 주거 부정,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같은 구속 사유도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매서운 겨울도 봄을 이기지 못한다”며 “진실의 힘을 믿고, 국민과 역사의 힘을 믿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맨 뒷줄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한 장관의 체포동의 요청 제안을 들었다. 주로 눈을 감은 채 설명을 들었고,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실소를 띠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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