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7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결의한 가운데 당 일각에선 “부결 후엔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라고 비판하며 사퇴론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나와 최근 대표적 비명계 설훈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자고 한 배경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란 전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설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하나돼서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자. 그 이후엔 이 대표가 알아서 행동하실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총회 직전 설 의원은 이 대표와 단둘이 만나 검찰이 기소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설 의원의 부결 주장은 이번에는 부결을 시키되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거였다”고 했다. ‘결단이 대표직 사퇴냐’는 사회자 질문에도 “의원들끼리는 그렇게 해석을 하더라”며 “이번에 부결을 시키되 대표한테 결단을 요구하자란 그룹도 있다”고 했다.
유인태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내려놓겠다고 여러 번 공약도 하지 않았냐”며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인천 계양 보궐선거에 나간 모양이 어쩐지 꾀죄죄해 보였는데 감동, 울림을 주는 정치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수도권 의원도 “검찰이 살라미로 영장을 계속 치고 체포동의안도 제출하면 당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도 아무 생각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오차 범위 밖에서 밀리는 것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늦지 않게 ‘이재명 리스크’를 걷어내야 우리가 이긴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영장은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며 의원들과 지지층에 재차 결백을 호소했다. 66분간 이어진 회견에서 50분 가까이 혼자 발언했다. 회견문만 1만자가 넘었다.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사건은 바뀐 것이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며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제가 부족해서 패배했고 제가 역사의 죄인”이라고 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에는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며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요구가 나온다’는 질문에는 대답을 일단 피했다. 그러나 같은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경기지사일 때 4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전부 무죄를 받았다. 약 2년간 재판에 시달렸다. 그사이에 경기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바뀌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고 말했다.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근들도 “이 대표가 당대표를 그만둔다고 검찰이 수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당에 부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전당대회 득표율) 77.77%짜리 대표가 물러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분위기면 이 대표가 총선 지휘를 제대로 하겠냐’는 사회자 물음에 “그때 가면 이 대표도 당의 승리를 위해서 본인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많이 고민하지 않겠느냐”며 “지금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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