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21일(현지 시각) 타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진행된 국정연설에서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며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조약에 따른 사찰을 허락받지 못했다”며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사찰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국방부와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이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복귀 조건으로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 통제를 걸었다. 그는 “러시아는 뉴스타트 논의에 복귀하기 전에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고를 어떻게 고려할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타트는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조약으로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제한하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두 나라는 조약 이행을 위한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러시아가 회의 전날 연기를 통보하면서 관련 논의가 멈췄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방이 먼저 전쟁을 시작했다며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전쟁을 시작한 것은 서방이고,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했다”며 “서방이 지역 분쟁을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하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추가 군사 지원은 모스크바로부터 군사적 대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번 국정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은 반발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무도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만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면 전쟁은 끝난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미하일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푸틴 대통령의 부적절함과 혼란스러움이 드러났다”고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 하루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극비리에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4일 전쟁 발발 이래로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 국정연설 하루 전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키이우 방문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안전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었다. 백악관도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방문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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