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장서 기적같은 구조
지난 6일 새벽(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만명의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비극의 현장에서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모성의 힘을 깨닫게 하는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전해졌다. 시리아 북부 진데리스의 5층짜리 아파트의 잔해 속에서 7일 산모와 탯줄로 연결된 신생아 여아(女兒)가발견됐다. 참사 발생 후 10여 시간이 흘러 산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주민들은 붕괴한 아파트 폐허에서 나오는 희미한 울음소리로 아이를 찾아냈다. 나무 지렛대와 맨손으로 켜켜이 쌓인 콘크리트와 벽돌 잔해를 거둬내자, 산모의 다리 사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아이가 나타났다. 주민들은 황급히 탯줄을 자르고 아이를 근처 마을의 병원으로 보냈다. 이 과정은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AP통신은 “아이는 여러 군데 타박상을 입었고 체온이 35도에 불과했지만,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이후 빠르게 회복해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7일 시리아 진데리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가 신생아를 데리고 나오고 있다./AP 연합뉴스하지만 아이의 가족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현지 주민과 친척에 따르면 아이의 부모와 네 형제는 6일 새벽 강력한 첫 진동 직후 아파트를 빠져나오다 희생당했다. 가족의 시신 여섯 구는 모두 건물 현관 입구 잔해에서 발견돼 생존자들의 비통함을 더했다. 현지 의료진은 “아이가 탯줄이 연결된 채 산모 다리 사이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건물 붕괴로 매몰된 이후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산모는 아이가 자신의 몸 밖으로 나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확인한 뒤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진 발생 사흘째인 8일 오후 2시(현지 시각) 현재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의 사망자는 1만123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5만5000여 명에 달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금까지 8574명이 사망하고 5만 여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시리아에선 정부 통제 지역과 반군 지역을 포함, 2597명이 숨졌고 최소 4654명이 부상했다. 주요 외신은 “매몰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 끝나가고 있는데 인력과 물자 파견이 빨리 이뤄지지 못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 사망자가 매일 수천명 단위로 늘면서 전체 사망자가 2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18만명 이상이 잔해 아래 매몰됐을 수 있고, 이들 대부분이 숨졌을 것이라는 지진 전문가의 예측도 나왔다.
8일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진 피해 현장 주변에서 여성들이 울고있다./EPA 연합뉴스튀르키예 정부는 “피해 지역에 6만여 명의 구조 인력을 투입했다”며 “재난 지역에 6만5000여 개의 구호물자와 1000여 대의 중장비를 투입하는 등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총 70국에서 도착한 구조 전문 인력 3200여 명도 현장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 북부 반군 지역은 지진 발생 3일째가 되도록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구조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지진으로 주요 도로가 파괴되고, 정부군과 반군이 구호 단체의 이동을 통제하면서 외부 지원이 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피해가 큰 진데리스주(州) 등은 사실상 고립 상태로 전해졌다.
동생 지키며 버틴 17시간… 대지진 사망자 1만명 넘어 - 7일(현지 시각) 시리아 북부의 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7세 소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틈에서 남동생을 지키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소녀는 자신을 발견한 사람에게 자신과 남동생의 구조를 간곡히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매는 매몰된 지 17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규모 7.8 강진으로 수만 명의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비극의 현장에서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가족애를 깨닫게 하는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오후 5시 기준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의 지진 피해 사망자는 1만1236명이고 부상자는 5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트위터외신들은 현지 비정부기구(NGO) 소식통을 통해 “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 울부짖는 희생자 가족들이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시신과 생존자를 끄집어내는 지옥도 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어린 동생과 함께 잔해 밑에서 17시간을 버티다 구조된 7살 소녀의 사연도 전해졌다. 이 소녀는 자신을 발견하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 사람에게 “제발 구해주세요. 당신의 노예라도 될게요”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구호 단체 ‘시리아 자선군단’ 등은 “인력과 장비, 의약품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모든 물자가 곧 고갈될 판”이라며 “희생자의 시신과 부상자들이 뒤엉킨 상황에서 매몰자 구조는 고사하고 생존자들마저 죽어나가게 됐다”고 호소했다. 미국 CNN은 “이번 대지진의 피해가 2015년 네팔 지진(8831명 사망)을 뛰어넘으면서 지난 20년 새 최악의 지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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