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폐쇄’ 의혹 김수현·문미옥 압수수색… 靑윗선 수사 본격화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태훈)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김수현 전 사회수석비서관과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에 대해 최근 압수 수색을 벌인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청와대 ‘윗선’ 개입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5일 김 전 수석(현 세종대 교수)과 문 전 보좌관(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지시하는 데 관여했다는 직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문재인 청와대의 탈원전 정책 컨트롤타워인 ‘에너지전환 TF’의 팀장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7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원전 설계 수명 연장 금지, 신규 원전 백지화를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산업부 국정 과제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을 팀장으로 두고 기후환경비서관, 산업정책비서관 등 총 7명을 팀원으로 하는 에너지전환 TF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TF는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국회와 언론의 비판에 대응하고, 산업부 등 관련 부처의 전략 수립과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문 전 보좌관은 2018년 4월 청와대 내부 보고 시스템에 ‘(월성 1호기 방문 결과) 외벽에 철근이 노출되어 정비를 연장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라는 댓글을 직접 달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내용이 산업부에도 알려지면서, 산업부가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 정부 시절인 작년 6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 남용, 업무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도 백 전 장관 등의 지시를 받아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원전 가동 중단 의결을 이끌어내, 한수원에 1481억원 손해를 입힌 배임, 업무 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당시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이 정 전 사장에게 배임을 지시했다는 ‘배임 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되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에 대해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검찰 수사심의위도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정권 눈치를 보는 검찰 지휘부가 청와대 바로 앞에서 수사를 멈췄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대전지검은 지난 7월 새 수사팀을 꾸린 뒤 보강 수사에 나섰다. 8월에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 수색했고, 9월엔 백 전 장관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대통령기록관 자료, 백 전 장관의 재판 내용 등을 분석하며 김 전 수석과 문 전 보좌관 등 문재인 청와대 인사들이 월성 원전 조기 폐쇄에 관여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주도한 것은 문재인 청와대 정책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정책실은 정부 내 경제·산업 부처를 담당했고 정책실장은 장하성 전 실장이었다. 김 전 수석과 문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장 전 실장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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