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尹·韓이 죽어도 싫다”에 올인한 ‘괴담 김의겸’
신빙성 희박한 청담동 의혹
언론인이면 기사 안 썼을 것
민주 지지층은 사실 안 따져
대통령·측근 공격하면 열광
총선서 이들 지지 업으려고
무책임한 폭로 남발하는가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것은 10월 24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였다. 국회의원들은 누구나 앞 순서 발언을 원한다. 그래서 야당 지도부는 첫 질의 순서를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한 주 공격수에게 배당한다. 김 의원은 그날의 1번 타자였다. 신문으로 치면 1면 톱 필자다.
기사 줄거리는 이랬다. 지난 7월 19일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첼로를 연주하는 청담동 바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어울렸고, 윤석열 대통령이 합류했으며, 그 술자리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흥행성은 만점짜리였지만, 신빙성은 빵점에 가까웠다. 한 장관은 술을 한 모금도 안 한다. 그래서 검찰 회식 자리에도 불참했다.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한자리에 불려 나오는 것도 일류 로펌 문화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경호원들까지 득실거렸을 현장 소문이 석 달 동안 잠잠했을 리가 없다.
결국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최초 발설자인 첼리스트가 “그날 밤 알리바이를 추궁하는 남자 친구에게 둘러대느라 지어낸 이야기”라고 실토했다. 법무장관만 오고 대통령은 안 왔다든지,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들이 참석했다는 식의 부분적 오류가 아니었다. 그런 모임이 아예 없었다는 거다.
김 의원은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멤버다. 2017년 퇴사했으니 거의 30년 경력이다. 팩트 체크가 가장 철저해야 하는 사회부장을 지냈다. 2019년 1월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 딸 의혹을 제기하자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아무 근거 없는 음해성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데 개탄한다”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대통령, 법무장관을 겨냥해 국회에서 한 발언이 허무맹랑한 괴담이었다.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 법한데 김 의원 태도는 당당하기만 했다. “그날로 돌아가도 똑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했다. 1면 톱 오보 내놓고 그래도 기사 쓴 게 옳았다는 식이다. 국민이 궁금한 것을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했다고 했다. 김 의원이 “제보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었다면 그런 변명이 통할지 모른다. 김 의원은 그렇게 묻지 않았다.
청담동 술자리의 무대 배치와 등장인물 및 지속 시간,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각각 부른 노래 제목까지 상세하게 제시해 가며 한동훈 장관에게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여섯 차례나 ‘기억’이라는 단어를 들먹였고 “석 달 전 술자리인데 기억도 못 하느냐”고 다그쳤다. 술자리 존재는 기정사실이고 한 장관 인정 여부가 쟁점인 것처럼 몰아붙였다.
김 의원이 신문사에 있었다면 청담동 술자리 기사를 다뤘을까. 후배가 기사를 쓰겠다고 했으면 사실 확인을 지시했을 것이고 하루 이틀 만에 원고가 쓰레기통을 향했을 것이다. 언론인 김의겸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 할 수 없는 일을 정치인 김의겸이 버젓이 저지른 이유는 뭘까.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헌법 45조의 면책특권도 김 의원의 일탈을 부추겼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딴 데 있다.
김 의원과 청담동 술자리 괴담을 협업했다는 인터넷 언론 ‘더 탐사’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윤·한이 때려죽어(여)도 싫은 분”을 뽑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을 무조건 증오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겠다는 뜻이다. 이 조건은 민주당 극렬 지지층 정서와 일치한다. 그들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비난할 수 있는 소재면 무조건 열광한다.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김 의원과 ‘더탐사’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집착한 것도 윤·한이 동시에 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국정은 제쳐놓고 새벽까지 술독에 빠진 윤 대통령, 로펌 변호사들과 부적절하게 어울리는 한 법무장관을 돌멩이 하나로 때릴 수 있다. 김 의원이 이 의혹을 꺼내자 일반 국민들은 갸우뚱했지만 ‘윤·한이 때려죽여도 싫은’ 사람들은 손뼉 치고 환호했다. 다음 총선 때 김 의원을 밀어줄 사람들도 바로 이 맹목적 지지층이다.
김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말고도 한 장관 관련 의혹을 스토킹하듯 쏟아냈지만 대부분 헛방이었다. 민주당에서 괴담 장사를 하는 다른 의원들도 “윤·한이 때려죽여도 싫다”는 정서에 올라타기 위해서다. 보통 사람들 눈엔 제정신이 아니지만, 지금의 민주당 생태계에서 살아남고 이름을 날리려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언론계 출신을 배경 삼아 정치권에 진출한 김의겸 의원이 상식과 사실을 저버린 괴담 좇기 선두에 나선 것은 씁쓸한 일이다. 김 의원 자신은 취재 현장에서 회사 후배와 마주칠 때 불편하지 않은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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