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s...

실체 드러나는 후진타오 퇴장의 진실

Jimie 2022. 10. 26. 17:13

[월드리포트] 실체 드러나는 후진타오 퇴장의 진실

김지성 기자

작성 2022.10.26 15:59 수정 2022.10.26 16:41
출처 : SBS 뉴스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의 '의문의 퇴장'을 둘러싼 파장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후진타오 전 주석은 지난 22일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 도중 갑자기 퇴장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는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영상들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강제 퇴장'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비공개 투표 이후 외신들 입장하자마자 후진타오 퇴장

 

당시 상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이른바 '시진핑 대관식'이라 불린 당 대회 폐막식이 시작된 시각은 현지 시간 오전 9시였습니다. 2,338명의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첫 번째 안건은 차기 중앙위원과 후보 중앙위원, 중앙기율검사위원 선출이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게 중앙위원입니다. 중앙위원은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권력의 핵심으로 200여 명으로 구성됩니다. 일단 여기에 들어야만 7명으로 구성된 최고 지도부, 즉 상무위원이나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에 들 수 있습니다. 임기는 5년으로, 시진핑 주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모두 중앙위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난 22일 중국 당 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후진타오 전 주석

 

중앙위원 선출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전날 올라온 중앙위원 명단을 놓고 2,300여 명이 동의 여부를 표시해 한 사람씩 투표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국회에서도 다른 일반 안건은 전자 투표로 일괄 투표하지만, 임명·해임 등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비밀 투표로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투표가 끝난 시각은 오전 11시 9분. 즉, 두 시간 넘게 투표가 진행된 것입니다. 이 기간 외신들의 행사장 입장은 불허됐습니다. CCTV 등 일부 중국 관영 매체에 한해 촬영이 허가됐습니다. 외신들은 행사장 밖에서 투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후 다음 보고 안건 처리가 시작된 게 11시 20분 전후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은 바로 이 11시 9분과 11시 20분 전후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이 기간 외신들은 앞다퉈 행사장에 입장했습니다. 뒤늦게 입장한 외신들은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 장면을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 촬영 영상이 당일 한꺼번에 공개되지 않고 뒤늦게 추가로 공개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은 이런 외신 입장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후진타오 멀쩡히 투표…'건강 이상설' 설득력 떨어져

 

외신들이 촬영한 영상들을 보면, 일단 "건강이 안 좋아져 옆 방에서 쉬게 했다"는 중국 측 발표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1942년 12월 생으로, 올해 80세입니다. 생일 경과 여부를 따지는 중국식으로는 79세입니다. 당 대회 개막식에 입장할 때 수행원이 부축한 것을 보면, 거동이 불편한 것은 맞습니다. 일각에서는 '치매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막식 당일 후진타오 전 주석은 시진핑 주석에 이어 두 번째로 투표에 나서, 스스로 투표함까지 걸어 나와 무사히 투표를 마쳤습니다. 거동에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또, 퇴장할 때 수행원이 팔짱을 끼고 이끌자, 저항하는 듯한 몸 동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치매 환자의 행동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는 후진타오 전 주석

 

무엇보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건강이 안 좋아져 퇴장했다면, 누구보다도 후진타오 계열 인사들이 먼저 나서 후진타오 전 주석을 걱정하거나 퇴장을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세력의 대표로, 현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와 서열 4위인 왕양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한때 차기 최고 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던 후춘화 부총리 등이 후진타오 계열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후진타오 전 주석이 퇴장하는 동안 리커창 총리는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건강을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당시 후진타오 전 주석의 건강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시진핑 지시로 후진타오 퇴장…투표 문제 제기하려 한 듯

 

그렇다면, 후진타오 전 총리의 실제 퇴장 이유는 뭘까요. 싱가포르 매체 CNA가 새로 공개한 영상에 그 단초가 있습니다. 영상에는 후진타오 전 주석 옆에 앉아 있던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후 전 주석 앞에 있던 서류를 가져가며 빨간색 표지로 덮고 한참을 설명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리잔수 위원장은 시진핑 계열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이어, 후진타오 전 주석이 뭐라고 얘기하자 리잔수 위원장이 귓속말을 하며 서류를 자기 쪽으로 더 끌어당기고, 급기야 이를 지켜보던 시진핑 주석이 행사 진행원 혹은 경호 담당자로 보이는 남성을 불러 뭔가 지시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후 수행원이 나와 후진타오 전 주석의 팔짱을 끼고 나가려고 하는데, 후 전 주석은 여러 번 퇴장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행원 손에 들린 서류철에서 서류를 빼려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정황상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후진타오 전 주석이 퇴장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합니다.

수행원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시진핑 주석 (출처=트위터·CNA)

 

해당 서류는 방금 막 마친 중앙위원 투표와 관련된 서류로 추정됩니다. 다른 당 대회 참석자들의 책상에도 동일한 서류가 놓여졌는데, 표지에 '투표철'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퇴장하는 과정에서 찍힌 후 전 주석의 서류에는 '중앙위원 선출', '감표인' 같은 단어가 보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중앙위원 투표에 대해 뭔가 문제 제기를 하려 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제 막 외신들이 입장하기 시작한 상황. 후진타오 전 주석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혹은 실랑이가 계속될 경우 시진핑 주석 입장에선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성대한 대관식'에 '잡음'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 시진핑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문제 제기는 중국 국내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외신들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기 전에 시진핑 주석이 후진타오 전 주석을 서둘러 퇴장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표철'이라고 적힌 표지(왼쪽)와 '중앙위원 선출', '감표인' 등이 적힌 서류

 

후진타오계 전멸…"건강 배려하는 척 강제 퇴장"

 

후진타오 전 주석 퇴장 직전 실시된 투표에서 후진타오 계열은 전멸했습니다. 리커창 총리와 왕양 주석이 둘 다 204명의 중앙위원 명단에 들지 못했습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는데, 67세 이하면 유임하고 68세 이상이면 퇴임한다는, 이른바 '7상 8하' 원칙입니다. 리커창 총리와 왕양 주석 모두 올해 67세이지만 차기 지도부에서 탈락한 것입니다. 또 후진타오 전 주석의 아들인 후하이펑 저장성 리수이시 서기 역시 중앙위원은 물론, 171명의 후보 위원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물론, 중앙위원 명단은 사전에 정해져 올라옵니다. 폐막식 당일에는 찬반 투표만 하게 돼 있습니다. 부결된 전례는 없습니다. 최고 지도자를 지낸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불만을 어떻게든 표출하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투표 절차 등을 문제 삼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중국 차기 최고 지도부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계파 안배가 철저히 무시되면서, 시진핑 계열이 독식했기 때문입니다.

차기 7명의 상무위원은 시진핑 주석과 시 주석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중국 당국의 석연치 않은 대응 방식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중국 SNS와 인터넷에서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 영상이 모두 삭제됐습니다. 또, 중국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외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외교 사안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의 발표대로 건강 문제 때문에 퇴장한 것이라면 이렇게 반응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인사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거나 혹은 나타내려 하자, 건강을 배려하는 척하며 강제로 퇴장시켰다는 해석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의문의 강제 퇴장'을 당한 당시 영상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OIcVI2dyvK0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47051&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