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고작 8억?.. ‘대장동 돈의 저수지’는 알고 있다 [에그스토리]
김용 구속, 유동규 출소... 판 바뀌는 대장동 수사
위례 수사서 ‘정치 자금’ 단서 잡고 대장동으로
3000억원 김만배 돈은 어디?... 꼬리무는 의혹들 #에그스토리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여의도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흠결 많은 이재명이 살아남는 게 보수로서는 가장 좋은 그림.” 검찰이 대장동 관련 수사를 살리지도, 죽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런 말이 나온 건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의혹이 불거진 지 50여일만에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와 김만배(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남욱(변호사) 등 핵심 관련자들을 서둘러 기소했지만, 이재명 대표와 연결된 단서는 찾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유동규를 처음 기소할 때는 ‘배임 혐의’를 뺀 채 뇌물죄만 적용해 “이재명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재판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 7월, 검찰 주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유동규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남욱이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수사팀이 바뀌면서 일어난 일이다.
수사팀은 8월 말 대장동의 판박이라는 ‘위례신도시 의혹’ 수사에 착수, 이후 ✔ 유동규와 남욱 등을 추가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처음으로 ✔이재명 대표의 ‘불법 선거 자금’ 관련 정황을 적시했다.
1️⃣경기도 지역신문이 쏘아올린 ‘작은 공’
2021년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에 컬럼 하나가 실린다. 대표이자 기자인 박종명씨가 쓴 ‘기자수첩’이었다.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익명의 제보자는 본지에 “‘성남의 뜰’이라는 회사가 대장동 사업에 진행하는 개발사업에 (주)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가 참여하게 된 배경을 두고 그 이면에 더불어민주당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혹의 입소문이 떠돌고 있다”며 투고해 왔습니다.
‘대장동 사건’을 쏘아 올린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SNS 등에선 김만배 등 대장동 관련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도 연이어 제기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뜨거워지던 시점이었다. 일각에서는 경쟁자 이낙연 캠프 측 작품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2️⃣33일만 유동규 구속... 핵심 증인 2인 ‘의문의 죽음’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지 33일만(10월 3일)에 유동규가 구속된다. 당시 혐의는 ‘민간 사업자와 결탁해 사업자 선정의 특혜를 주는 대가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재판에 넘겨질 때는 ‘배임 혐의’가 빠졌다. 유동규가 개인적으로 받은 뇌물 3억5200만원과 훗날 700억원을 받기로 한 약속만 포함시켰다. 유동규 혼자 수천억원 규모의 범죄를 설계, 결정했다는 논리였다. 이재명과의 관련성을 미리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수사는 건건이 의심을 받았다. 성남시 압수수색을 이례적으로 지연시켰고, 시장실과 시장 이메일 압수수색은 더 늦췄다. 검사도 없이 수사관들만 가서 유동규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다 휴대폰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사업을 실제 진행해 누구보다 잘 알만한 사람 둘이 사라졌다.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1처장이 연이어 목숨을 끊은 것이다. 유한기는 위례 사업 책임자로, 남욱과 정영학 등으로부터 2억원의 뇌물 혐의를 받았다. 김문기는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를 반대했던 인물. 김 처장 유족은 “초과이익 환수를 주장하다가 유동규에게 뺨을 맞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재명은 당시 유동규에 대해선 “정진상이나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며 선을 그었고, 김문기에 대해선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가 최근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3️⃣새 수사팀, 위례에서 ‘불법 정치자금’ 꼬리 찾다
지난 9월 26일 검찰은 유동규와 남욱, 정영학 등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2014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당시 공무상 비밀을 이용해 특혜를 준 사실을 밝혀낸 것이었다.
이들의 공소장엔 이런 내용이 적시돼 있다.
<< 피고인 유동규는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제공 등 명목으로 피고인 남욱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할 무렵 피고인 남욱에게 ‘부동산 개발사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의 재선이 중요하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 하면서도 동시에 이재명 시장의 재선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 몸이고 내년 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중략>
피고인 남욱은 ‘위례 사업에서 100억 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는데 유동규 본부장님이 중간에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 법인을 만들어 본부장님 몫을 챙겨드리겠다. 빠르면 내년 4월 늦어도 6월에는 본부장님이 돈을 쓰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등... >>
위례신도시 사업은 사업자 선정이나 이익 배분 등에서 ‘대장동’의 예습이었다. 민간업자들이 원하는대로 사업 구조를 짜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도와준 뒤 뒷돈을 받는 구조가 꼭 닮았다.
4️⃣고작 8억...”대선자금 맞다면 ‘본방’ 따로 있다”
지난 19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전격 체포되고, 이재명의 대선 경선 자금 20억원을 요구해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수천억 벌도록 해주고 고작 8억이 전부라고?’ “김만배 어디 가고, 왜 남욱 돈이?” 이를 근거로 한쪽은 수사가 미진하다고, 다른 쪽은 수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화천대유 대주주, 천화동인 1~3호의 실소유주인 김만배는 대장동 사업의 대표자다. 최소 3000억원 이상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정진상, 김용, 유동규 등 이재명 대표 측근과 김만배가 ‘도원결의’를 맺은 것으로 본다. ‘유동규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것까지 조사했다. 그런데도 대선자금이 남욱에게서 나왔다?
이 뿐 아니다. 천화동인6호(시행업자 조우형, 변호사 조현성), 천화동인7호(전직 기자 배성준)는 기소되지 않았다. 그 사이 배성준은 70여억원짜리 부산 스타벅스 건물주가 됐다. 대장동 사업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대장동 사업은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이재명 대표 관련 선거만 4차례였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정치자금이 맞다면 남욱의 8억은 쇼츠 영상이다. 본방송은 따로 있을 거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저수지의 검은돈을 끌어서 대선 선거자금으로 이용했던 것인가.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반응은 이렇다.
대선자금은 커녕 사탕 하나 받은 적 없다. 특검하자.
🎃최재훈 기자입니다. 그간 취재해 모아둔 대장동 스토리를 쉽게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도 많고, 내용도 복잡한 대장동·위례 사건, 조선일보 앱에 오시면 조금 더 편해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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