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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가법 적용 대상인데…

Jimie 2020. 12. 20. 08:27

특가법 적용 대상인데…기사 폭행 이용구, 경찰은 왜 덮었나

중앙일보  |입력2020.12.20 05:00 |수정 2020.12.20 08:16

 

이용구(54)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단순 폭행 사건으로 내사 종결을 한 것이 알려지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운전 중’이 아닌 ‘승ㆍ하차를 위해 정차’한 상황이라고 해도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경찰이 단순 폭행 처리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차관, 차내에서 택시기사 멱살 잡고 욕설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달 초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술에 취해 차내에서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 사건 당시 택시기사는 운전석에 앉은 채로 몸을 돌려 이 차관을 깨우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욕설을 들으며 멱살을 잡힌 택시 기사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틀 뒤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운전 중이 아니었으며 ▶2017년 11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공중의 교통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 운행할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는 법관 해석에 의해서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된다’고 결정한 것을 이유로 특가법 대신 단순 폭행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경찰 "내사 종결 처리엔 문제 없어"

경찰 관계자는 "헌재 결정과 다른 판례로 보면 사건 처리엔 문제가 없었다"라며 "당시 조사를 맡은 경찰관은 사건 당사자가 이 차관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이 차관은 2017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냈고, 이달 초 법무부 차관에 임명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했다.

지난 6월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운수종사자 휴게시설 앞에서 지역 택시 종사자 300여 명이 최근 춘천에서 일어난 택시기사 폭행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경찰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우선 경찰이 말한 2017년 헌재의 결정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07년 특가법엔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운전자 폭행의 경우 교통사고로 이어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가중처벌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013년 서울 송파구의 한 도로에서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 중’이던 택시에서 승객이 운전자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다. ‘운전 중’이 아닌 ‘정차 중’이었기 때문에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단 논란이 일었고 결국 헌재 판단까지 받게 됐다.

헌재 “정차 중이던 운전자 폭행에 '특가법' 적용은 합헌”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6일 새벽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약 17시간여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차 심의를 거친 끝에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뉴스1


당시 결정 요지를 보면 헌재는 경찰 주장대로 ‘교통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경우 법관 해석에 의해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재판부는 “‘운행 중’이란 '운행 중' 또는 '일시 주ㆍ정차'한 경우로서 운전자에 대한 폭행으로 인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정차 중 운전자를 폭행한 피의자에게 특가법 적용을 한 것은 합헌이라는 결정도 이어졌다.

현 특가법엔 승·하차 위한 일시 정차도 '운행 중'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가법 개정 이전인 2013년 사건을 두고도 헌재가 폭넓게 해석을 한 것”이라며 “운전 중일 때만이 아니라 주ㆍ정차한 경우도 운전자 폭행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에는 ‘운행 중’의 범주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ㆍ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목적지 도착했어도 승객 또 받으면 계속 '운전 중' 해당"


또 경찰이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운전 중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도 논란이 있다. 승 연구위원은 “운전기사가 그 승객을 내려주고 난 후 다시 승객을 받지 않았다면 운행 중이 아닌 게 맞겠지만 다른 손님과 다시 운송계약을 맺는다면 계속 ‘운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시기사가 운전석에서 뒤돌아 승객을 깨운 것은 계속 운전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라며 "이 과정이 '운행 중'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철 형사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승·하차일 경우에도 특가법에선 운행 중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경찰이 입건도 안 하고 내사 종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단지라고 해도 공공의 교통질서에 위해가 되진 않는지, 도착하기 전 이동 과정에서 폭행 시도는 없었는지 피해자 진술 외에도 수사를 통해 충분히 살펴보고 종결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