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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총사령관 3번째 교체…민간인도 폭격, 무자비한 국수주의자

Jimie 2022. 10. 10. 02:01

러 총사령관 3번째 교체…민간인도 폭격, 무자비한 국수주의자

  • 중앙일보
  • 박소영
  • 입력2022.10.09 15:28최종수정2022.10.09 15:41

러시아가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총사령관을 벌써 3번째 교체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 모두에서 러시아군이 밀리자, 러시아 내 강경파들의 비판이 커지면서 총사령관을 교체했다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작전 목표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임 총사령관에 수로비킨 대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7년 12월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열린 시리아 전쟁 관련 훈장 수여식에서 세르게이 수로비킨 당시 상장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세르게이 수로비킨(56) 육군 대장(별 4개)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주로 보병 분야에서 군 경력을 쌓은 수로비킨 대장은 2017년부터 항공우주(공군)사령관을 맡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선에선 지난 6월부터 남부 군관구 사령관을 맡았다.

 

지난 2월 말 총사령관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는 두달 후인 4월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육군 대장을 첫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서방은 지난 6월부터 게나디지드코 육군 상장(별 3개)이 총사령관으로 임명돼 지휘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수로비킨 대장이 3번째 총사령관을 맡게 됐다.



러군 부진에 강경파 반발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주 북서쪽 흐레키우카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이 흐레키우카 표지판 앞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찍은 기념 사진. 사진 유로마이단프레스 트위터 캡처

 

가디언·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수로비킨 대장을 신임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은 강경한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푸틴 대통령이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모두가 지난 5일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에 뚫리고 있다.

이에 ‘푸틴의 충견’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은 총사령관 해임을 촉구했고, 헤르손주 점령지 행정부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내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라면 스스로 총을 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수로비킨 대장 임명 소식이 나오자마자, 러시아 사설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끄는 ‘푸틴 측근’ 예프게니 프리고진은 "수로비킨 대장은 러시아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으로, 조국에 충성스럽게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전설적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무자비한 공격…‘국수주의 아이콘’

세르게이 수로비킨 상장이 지난 2017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방부 브리핑에서 시리아 지도를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수로비킨 장군은 2021년에 대장이 됐다. AP=연합뉴스

 

수로비킨 대장이 강경파들의 찬사를 받는 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비인도적인 공격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국수주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체첸 전쟁, 2017년에는 시리아 내전 등을 이끌었는데 모두 러시아군이 무자비한 폭격을 가했던 전쟁으로 기록됐다. 특히 시리아 내전에선 반군 지역에서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재래식 폭탄을 퍼부었다는 전쟁범죄 논란에 휘말렸다.

또 소련 해체 직전인 지난 1991년 8월 소련의 공산당 보수파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당시 대위였던 수로비킨 대장은 소총 부대를 지휘해 민주화 시위대가 쳐 놓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서 발포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3명이 사망했다.

수로비킨은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유일한 장교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리고진은 "(1991년 쿠데타 당시) 명령을 받고는 주저하지 않고 탱크를 타고 조국을 구하기 위해 나아간 바로 그 장교가 수로비킨"이라고 칭찬했다.

쿠데타가 실패한 후, 수로비킨 대장은 체포됐지만 상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져 계속 군 생활을 하게 됐다. 러시아 정치학자·사회학자인 그리고리 유딘은 가디언에 "소련을 부활시키려는 이번 마지막 발악을 이끄는 것이 수로비킨 대장이라는 점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했다.



군사 전문가 "러 작전, 축소될 듯"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알자지라는 "수로비킨 대장이 임명되면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보·국방 전문지 스위스 군사저널의 알렉상드르 보트라베르 편집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줄곧 지휘 체계가 통합되지 않은 건, 군 부대끼리 거리가 먼 데 정보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수로비킨 대장이 작전을 직접 짜고 지휘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특정 지역으로 작전이 집중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즉,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 동·남쪽 지역 중 하나로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두 번의 총사령관 교체 후에도 군사 작전이 계속 축소됐다. 러시아군은 2월 말 우크라이나 북부 키이우 지역까지 장악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후, 4월 초 드보르니코프 대장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루한스크·도네츠크주가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공세를 전환했다.

하지만 진격 속도가 느리자 6월 초 지드코 상장이 총사령관이 된 후, 루한스크주 전체 장악에 집중했다. 7월에 이 목표를 달성한 이후 도네츠크주 100% 장악에 나섰지만 동·남부 모든 전선에서 밀리고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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