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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 3尹' 서글픈 환갑

Jimie 2020. 12. 18. 06:49

축하는 커녕 웃지도 못했다, 40년지기 '충암고 3尹' 서글픈 환갑

[중앙일보] 입력 2020.12.18 05:00 수정 2020.12.18 05:14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친구 윤홍근 변호사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18일 환갑을 맞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겐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함께 법조인이 된 두 명의 지기(知己)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 소속이었던 고(故) 윤홍근 변호사와 법무법인 원의 대표인 윤기원 변호사다. 모두 생일이 12월(윤기원 6일, 윤홍근 12일, 윤석열 18일)로 올해 환갑을 맞은 세 사람은 법조계에서 '충암고 3尹'이라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다.

윤 총장은 검사로, 윤홍근 변호사는 판사 이후 변호사로, 윤기원 변호사는 재야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활동을 하며 사법고시 합격 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 사이임은 변함이 없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음에 따라 총장 대행 업무를 맡게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7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충암고 3尹이 축하하려던 환갑

고교·대학 시절 이들은 가운데 날짜인 윤홍근 변호사의 생일 즈음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 생일을 축하하곤 했다. 최근 들어 자주 보진 못했지만 올해는 환갑인 만큼 함께 과거처럼 다른 친구들도 함께 모여 '환갑을 자축하자'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윤홍근 변호사가 자신의 환갑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날은 윤 총장의 첫번째 징계위원회가 열렸던 날이다. 윤 변호사의 부음을 들은 윤 총장은 퇴근 후 바로 빈소를 찾아 약 1시간 동안 옛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친구 윤홍근 변호사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친구 빈소에서 소수잔 기울인 尹

윤 총장은 검찰총장이 된 이후로 언론의 관심에 빈소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대검 참모들과 함께 도착해 조문을 하고 바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본 윤 총장은 참모들 없이 혼자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 앉아 계속 술을 찾았다. 윤 총장과 윤 변호사의 사이를 아는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세월만 40년이 넘는다. 진심으로 서로를 아껴주는 사이였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윤홍근 변호사는 윤 총장과 같이 술과 사람을 좋아해 동료들이 많이 따랐다. 율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로펌에서도 '형님, 동생'하는 변호사들이 많았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의 오랜 친구인 법무법인 원 윤기원 대표변호사. [중앙포토]

민변 활동한 尹의 또다른 절친

검찰과 법원에 있었던 두 사람과 달리 윤기원 변호사는 민변 사무총장과 부회장을 맡는 등 처음부터 재야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노무현 정부에선 국회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윤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원은 2017년 변호사 공익대상을 받았다. 윤 변호사는 당시 수상 소감으로 "돈보다 정의가 변호사들의 우선 과제여야 할 것"이라 말했다. 윤 변호사는 중앙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지금은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전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윤 총장은 당시 항명에 대한 징계를 생일 당일에 받았다. [중앙포토]

가족과 보내는 환갑, 지지자는 떡돌려

정직 처분으로 출근을 못하는 윤 총장은 올해 환갑을 가족들과 조촐히 보낼 예정이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 항명 사태 당시에도 생일인 12월 18일에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었다. 검사들은 윤 총장에 생일 징크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


윤 총장은 지난 30년 가까이 검사 생활을 하며 대부분의 생일을 검찰 직원들과 보냈다. 윤 총장과 함께 일했던 한 현직 검사는 "윤 총장이 자기 생일을 챙기는 그런 성격은 아니다. 생일이라고 검사들이 함께 축하해주기 보다는 가까운 직원들이 케이크를 준비하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정직을 당한 윤 총장은 자택에 머물고 있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이날 새벽 대검찰청 앞에서 윤 총장 환갑을 축하하는 떡을 돌릴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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