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먹튀·일감 몰아주기… 文정부 태양광 비리 복마전
[주간조선]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사업 비리 의혹이 가시화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태양광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목표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 점검’에서 총 2267건에 2616억원 규모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 문 정부 5년 동안 서울시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연루된 태양광사업 비리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는데, 이번 정부의 표본조사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위법·부당 행위가 전국적으로 성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태양광비리진상규명 특별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전수조사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전에서 지자체로 퍼진 각종 비리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사업 비리는 국정감사 때마다 거론되던 주제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간한 2017~2019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엔 태양광 비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다. ‘태양광발전이 토지 비목 전환 등 투기 용도로 사용되는 행태를 방지할 것’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특혜 의혹이 있고 시공업체의 불법 하도급이 적발되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대책을 마련할 필요’ ‘한전 임직원 가족의 부당한 태양광발전소 운영 등의 문제가 재차 자체 감사에서 적발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 ‘한전 직원의 태양광사업 특혜에 대해 철저한 징계가 필요’ ‘주택용 태양광 보급사업의 보조금 여부와 관계없이 소비자 구입비용이 동일하고, 유통업체가 중간에서 보조금 전액에 대한 부당이득을 취한 바 있으므로 이에 대해 산업부 차원의 감사를 실시해 국회에 보고할 것’….
이 보고서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것처럼 문 정부 당시 태양광사업 비리가 처음 불거지기 시작한 곳은 다름 아닌 한전이다. 2018년 감사원은 한전의 일부 직원들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태양광발전소 사업허가 및 기술검토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거나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 중 일부는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소를 구매해 수익 활동에 나섰고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발전소를 인수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행태의 위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다.
건수로만 보면 이 같은 위법 행위는 문 정부가 취임한 2017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2020년 국민의힘의 김정재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태양광사업 비리에 따른 직원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징계받은 직원은 각각 2명에 불과했는데 2018년 44명, 2019년 44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로 인해 검찰에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 또한 마찬가지다. 2017년 2건에 불과했던 관련 징계 건수는 2018년 3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한전에서 불거진 태양광사업 비리 의혹은 이후 전국 지자체로까지 번졌는데,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곳이 서울시다. 감사원은 2019년 감사를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당시 추진한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 발전소 보급사업’에서 일부 업체가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구체적으로는 녹색드림협동조합,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해드림협동조합 등으로 각각 허인회씨, 박승옥씨, 박승록씨 등의 친여 인사가 소속된 업체들이었다. 허인회씨는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박승옥씨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박승록씨는 진보 인사들이 주도한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사무국장을 지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업체 선정 과정 등에서 이들 협동조합에만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이들 조합은 서울시가 2014~2018년 보급한 태양광 설비 7만3234건 중 45%를 가져갔다. 당시 감사원은 “시가 일부러 이 업체에 물량을 몰아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박 전 시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녹색드림협동조합은 이후 서울시가 아닌 다른 지방에서 대부업체를 끼고 일반인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태양광 시공 사업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태양광 마피아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 같은 태양광사업 비리 의혹은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시 자체 감사를 통해 사업 전반에 걸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서울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앞서의 사업에 참여한 업체 68곳 중 14곳이 보조금 수령 후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먹튀’를 한 셈인데, 이들 업체에 지급된 보조금은 약 120억여원이었다. 당시 태양광사업은 경쟁입찰 없이 전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오 시장은 이를 두고 “보조금을 탄 협동조합이 사라지면서 그 책임을 시민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태양광사업을 재고하고, 법적 대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선 일련의 태양광 비리 의혹을 두고 “태양광 마피아가 새로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 정부의 적폐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이런 태양광 비리가 향후 금융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료가 제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14개 은행이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운영 및 시설 자금으로 내준 대출은 총 2만89건으로 5조6110억원에 달했다. 이 중 담보물의 가치를 초과하여 대출한 금액은 전체의 27%인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은행이 담보를 처분해도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대출 금리가 오르고 태양광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규모 대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태양광 발전사업은 여타 에너지 발전사업과 달리 전문지식을 갖춘 민간업자가 일반 토지주 등을 상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보니 이 같은 비리가 성행했던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태양광 에너지 발전 확대만을 강조했을 뿐 이를 관리·감독할 시스템 체계는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이성호 전 수석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전 세계적 추세인 건 부정할 수 없다”며 “일련의 위법 사례만을 갖고 사업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꾀해야 한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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