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갈대처럼 휘고, 크레인 두동강... ‘난마돌’ 日관통, 800만명 대피령
제14호 태풍 ‘난마돌’(NANMADOL)이 18일 오후 일본 열도에 상륙하면서 벌써 크고 작은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거센 강풍과 비바람을 경험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영상과 사진을 쏟아내며 초강력 태풍의 위험을 알리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난마돌은 이날 오후 7시쯤 규슈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 부근에 도착했다. 중심기압은 935hPa(헥토파스칼)이고 최대풍속은 49㎧다. 강도는 ‘매우 강’ 수준으로 사람이나 돌이 날아갈 수 있는 정도의 위력이다. 현재 시속 22㎞ 속도로 북상 중인 태풍은 19~20일 일본 열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례 없는 수준의 위험한 태풍으로 대규모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현지 예보에 따라, 이날 규슈 전 지역에서는 약 795만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미야자키현에서는 폭우 특별 경보가 경계 레벨 중 가장 높은 5단계로 발령됐다. 실제로 현재 곳곳에서는 정전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초속 40~50m의 강풍이 계속되고 있다. 하천 범람 피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조차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관련 영상과 사진들을 보면, 난마돌이 몰고 온 강풍에 나무가 반쯤 누운 채 겨우 버티는 모습이 나온다. 외출한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손에 든 우산은 속수무책 부러졌고 사람들은 바람에 날아갈 듯 휘청거린다.
가고시마현의 한 건설 현장에서는 거센 바람에 엿가락처럼 힘없이 휘어진 크레인이 포착됐다. 후쿠호카현에서는 도로가 침수된 탓에 달리는 버스 안으로 물이 들어오고,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영상이 찍혔다. 이 밖에도 해안가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장면, 여객기 문이 닫히지 않는 장면,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난장판이 된 장면 등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난마돌 영향으로 제주도 해상과 남해상, 동해남부해상에 태풍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바람은 순간풍속 10~25㎧ 정도로 매우 거세게 불고 있고, 물결도 2~6m로 높게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정오를 기해 중대본 대응 태세를 2단계로 격상했다. 태풍·호우 위기 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난마돌이 제주에 가장 근접해지는 시점은 19일 새벽이다. 이동 경로가 당초 예측보다 동쪽으로 이동한 덕에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태풍 규모가 크고 강해 거센 비바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달 초 태풍 힌남노로 인해 큰 피해를 안았던 부산·포항 등도 초동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