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마저 통째로 떠내려가" 전국 곳곳 강타한 힌남노(종합)
- 연합뉴스
- 장아름
- 입력2022.09.06 17:08최종수정2022.09.06 18:42
폭우로 포항·경주·울산서 2명 사망·10명 실종…강풍에 8만9천호 정전
태풍의 위력…물에 떠내려간 풀빌라
(포항=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태풍 '힌남노'의 강풍과 폭우 탓에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풀빌라가 물에 떠내려가 있다. 2022.9.6 mtkht@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전국에 침수·강풍·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포항과 경주, 울산에서는 폭우 속에 2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제주와 남해안에서는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냉장고가 날아갔고 전국에서 8만9천180호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일대 물난리
(포항=연합뉴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이마트 매장 일부와 도로 등이 침수됐다. 2022.9.6 [독자 배경화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 경주·포항 등 최대 447.5mm 폭우…태풍 오늘 밤 일본서 소멸 예상
현재 울릉도 북동쪽 약 270km 해상에서 시속 72km로 북동진 중이다.
중심 기압은 975hPa, 중심 최대풍속은 초속 32m(시속 115km)로 오는 7일 자정께 일본 삿포로 북서쪽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산간 1천59mm, 경북 경주 447.5mm, 경북 포항 367.5mm, 울산 343.5mm 등이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한라산 백록담의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3.7m를 기록했다.
현재 포항, 경주, 영덕, 동해안 일부와 동해중부 바깥 먼바다에 태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서해 전 해상과 남해서부 먼바다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도 모두 해제됐으며 남해동부와 동해 전 해상에 풍랑특보가 유지 중이다.
울릉도·독도를 제외한 지역의 강풍주의보도 모두 해제됐다.
시민 구조하는 소방대원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6일 오전 울산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중구 강변에 넘친 물로 고립된 시민이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되고 있다. 2022.9.6 yongtae@yna.co.kr
◇ 폭우 대피 중 급류 휩쓸리고 토사 매몰돼 2명 사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경주에서도 1명이 사망했으며 울산에서는 1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전 7시 57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70대 여성이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한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주에서는 주택 토사 유입으로 80대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다.
포항 남구의 아파트 2곳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간 주민 8명이 실종됐으며 남성 한 명이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이날 새벽 20대 남성이 남천교 아래 하천에 빠져 실종됐다.
이 밖에 경기 시흥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1명이 부상했다.
이날 새벽 포항 구룡포에 시간당 110.5㎜, 포항 대송에 시간당 104.5㎜의 폭우가 내리면서 도심 곳곳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포항 남구 오천읍의 천변에 자리잡은 한 풀빌라 건물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형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하천·저수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공장에서 불이 나 회사 등이 태풍과 화재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경주에서도 폭우와 함께 송선저수지 붕괴가 우려돼 저지대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울산 태화강 태화교 지점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으며 현재 태화강 둔치는 모두 물에 잠긴 상태다.
태풍에 날라온 냉장고
(제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6일 오전 서귀포항 새연교에서 한 해녀가 지난 밤 태풍 힌남노에 날라온 다리 인근 식당 냉장고를 보고 있다. 2022.9.6 xyz@yna.co.kr
◇ "냉장고 날아가" 제주·부산·전남 등 남해안도 강풍 피해
남해안에는 돌덩이와 냉장고가 바람에 날아가는 등 강풍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에서는 전날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육상에 세워둔 보트가 날아가 안전 조치를 취했고,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서귀포항에서 식당 냉장고가 다리 인근으로 날아간 채 발견됐다.
해안 곳곳에는 치솟은 파도와 함께 날아온 돌덩이들이 널브러져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연교 주차장을 비롯한 해안 곳곳에는 치솟은 파도와 함께 날아온 돌덩이들이 잔뜩 쌓여 비바람이 잦아든 뒤 정리 작업이 진행됐다.
강한 비바람에 노형중 본관 지붕 패널이 50㎡ 파손되고 운동장 가로등과 교내 나무가 부러지는 등 학교 시설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시 아라동, 이도동 등 도로에서 중앙분리대가 전도돼 철거됐으며, 강정항 내 도로 20m가 월파로 인해 파손됐다.
강정항에서는 어선 한 척이 전복되기도 했다.
부산 마린시티 덮치는 파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파도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를 덮치고 있다. 2022.9.6 handbrother@yna.co.kr
부산에서도 침수된 도로에 갇힌 운전자가 구조되는가 하면 해안가 월파 등 피해가 속출했다.
최대풍속은 강서구가 초속 35.4m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초속 30m 내외의 강풍이 불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에 따른 112신고가 132건 접수됐다.
바다와 가까운 부산 서구 한 도로에는 600m 구간에 걸쳐 월파 피해가 발생했고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에도 바닷물이 고층 건물 사이 도로까지 덮치는 등 월파 피해가 이어졌다.
인근에서 유튜버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월파 속으로 들어가 출동한 경찰이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강풍으로 인해 이날 오전 6시께 부산 기장군에 있는 신고리 1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kW급) 터빈 발전기 가동이 멈췄다.
신고리 1호기는 태풍 영향에 대비해 출력을 79% 수준으로 감소해 운전 중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강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이상을 원인으로 추정했고 터빈 발전기 정지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에서도 강풍에 전신주 5주가 쓰러지고 남해에서는 한국전력 남해변전소가 침수돼 소방당국이 안전 조치를 했다.
힌남노 강풍에 흔들리는 시민과 나무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6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거리를 지나는 한 시민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강풍을 견디고 있다. 2022.9.6 iso64@yna.co.kr
광주·전남에도 200mm 넘는 비와 남해안·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0m 넘는 강풍이 잇따르면서 소방당국이 광주 55건, 전남 170건의 안전조치를 했다.
신안군 흑산면 선착장, 여수 돌산읍과 완도 보길면 방파제 등 어항시설 3곳이 파손됐고 여수에서 부잔교 9개가 부서졌다.
여수, 영광, 완도에서는 소형선박 총 4척의 침수가 발생했다.
강원 지역에서도 강풍에 담장이 무너지거나 도로와 집 마당이 침수됐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5분께 춘천시 교동 한 주택 담장이 무너져 60대 남성이 대피했다.
전날 오후 원주시 부론면에서는 차량이 도강 중 물에 잠기면서 3명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이날 오전 4시 27분께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한 민박집 마당이 침수돼 소방이 배수작업을 했고 춘천 한 숙박업소 지하주차장에도 물이 차 소방대원들이 1t 상당의 물을 빼냈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강한 비가 내리면서 한강의 홍수조절 최후 보루인 소양강댐도 수문을 개방할 예정이다.
전북·충청·경기 남부 지역에도 전신주나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덮치는 등 강풍 신고가 잇따랐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행인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서는 2세대 9명의 주민이 붕괴 위험 등에 대비해 마을회관 등으로 사전 대피를 했다.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항에서는 부잔교 덮개 시설(캐노피)이 강풍에 떨어져 파손됐다.
힌남노가 북상 중 작은 태풍을 흡수해 위력이 더 커지면서 강풍으로 인한 정전도 전국에서 속출했다.
포항시 남구 주택가 침수
(포항=연합뉴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주택가가 침수됐다. 2022.9.6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 강풍으로 8만9천호 정전
한국전력은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3시까지 부산·울산, 대구, 제주, 광주·전남, 경남 등에서 총 8만9천180호(199건)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현재까지 88.5%인 7만8천890가구가 복구됐으며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추석 연휴 전인 8일까지 복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전국에서 2천661세대 2천463명이 사전 대피했으며 현재 2천141세대 2천906명이 일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시 대피자는 경남 1천621명, 전남 697명, 부산 379명 등으로 숙박시설, 마을회관 등 임시주거시설이나 친척 집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 파손으로 인한 이재민은 서울 2세대 3명이다.
농작물 피해는 경남 477㏊, 전남 411㏊, 제주 280㏊, 경북 115ha 등 총 1천320㏊이며 추가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항공기와 열차는 이날 오전 들어 대부분 운항을 재개했으나 여객선은 연안여객선과 국제여객선을 포함해 122개 항로 183척의 운항이 통제 중이다.
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