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새 총리에 리즈 트러스…"감세·성장 위한 담대한 구상 내놓을 것"(종합)
- 뉴시스
- 이종희
- 입력2022.09.06 00:40
기사내용 요약
대처·메이 이어 세번째 여성 총리…6일 여왕 찾아 임명
임명 이후 물가·에너지 위기 대응책 먼저 내놓을 듯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내정자가 5일 보수당 당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의회 보수당 사무실로 가고 있다. 2022.09.05.
[서울=뉴시스] 김재영 이종희 기자 = 영국을 이끌 새 총리로 리즈 트러스(47) 외무장관이 선정됐다.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5일 영국 보수당은 차기 당대표 선정 당원투표 결과 트러스 장관이 57.4%(8만1326표)의 득표율을 얻어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42.6%·6만399표)을 물리치고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연설을 통해 "세금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며 "가계 에너지 요금 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에 관한 장기적인 문제들도 다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을 앞둔 존슨 총리에게 "퇴임하는 지도자이자 내 친구인 보리스 존슨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마무리했으며, 제레미 코빈을 눌렀고, 백신을 출시했으며, 푸틴에게 맞섰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그가 가계 경제 위기를 해결하고, 당을 통합하고, 영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모든 보수당이 그를 100%를 지지해야 할 때"라고 화답했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1978~1990년의 마가렛 대처 총리와 2016년~2019년의 테리사 메이 총리에 이어 영국의 3번째 여성 총리이며 첫 40대 여성 총리이다. 이들은 모두 보수당 소속이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로, 현재 제 1당인 보수당 대표가 영국 총리직을 맡는다. 앞서 2019년 7월 취임했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3년 만인 올 7월 수낙 재무장관 등 자신의 내각이 줄줄이 사표를 내자 총리 사퇴를 발표했다.
이에 보수당은 후임 당대표 겸 차기 총리 선정에 들어가 359명의 보수당 소속 현역 하원의원들이 참여하는 당 의원 투표를 5차례 실시했다.
이 투표서 트러스 내정자는 3위를 기록했다가 막판에 간신히 2위에 올라 원내 경선에 통과하며 수낙 전 장관과 맞붙게 됐다. 수낙 전 장관은 당 의원 투표에서 선두였지만 최종 후보 결정 후 당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며 패배했다.
트러스 내정자는 감세 등 보수당의 가치를 존중하고 존슨 총리와의 의리를 지켜온 점 등이 당원 투표에서 앞선 요인으로 평가된다.
수낙 전 장관과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모두 존슨 총리 내각의 일원이었지만 사임 이후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7월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의 기습 사임과 함께 시작된 존슨 축출 운동에서 수낙은 재무장관으로 있다가 자비드 성명 후 10분에 동반 사임했다. 그러나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존슨이 나흘 후 사퇴를 발표할 때까지 사임하지 않고 옆에 있었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궁에 머물고 있는 엘라자베스 2세 여왕을 찾아 새 총리로 임명될 예정이다.
같은 날 존슨 총리가 먼저 스코틀랜드로 가서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다.
96세 여왕은 거동 문제로 70년 재임 중 처음으로 런던 버킹엄궁이 아닌 스코틀랜드 밸모럴궁에서 존슨 총리와 새 당수를 맞을 예정이다.
여왕은 존슨 총리의 사임을 받아들인 뒤 새 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고 내각 구성을 요청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임 중 15번째 총리다.
10년 차 하원의원으로 보리스 존슨 정부의 두 번째 외무장관으로 발탁돼 1년 넘게 재직한 트러스 내정자는 우크라이나 지원,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및 브렉시트 후 유럽연합과의 북아일랜드 갈등 등 대외 현안에 정통하다고 평가된다.
[런던=AP/뉴시스] 영국 보수당의 당원투표를 통해 영국의 차기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 내정자가 5일 총리 선정 발표 후 연설하고 있다. 2022.09.05.
다만, 트러스 내정자는 물가와 에너지 위기 등 당면한 현안으로 임기 초부터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내정자는 6일부터 임기를 시작해 정기 총선이 예정된 2024년 12월까지 재직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가 10.1%나 되고 가계 에너지비가 평균 연 3600파운드(550만원)에 달하는 등 현재 영국의 민생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보수당이 과반선의 40석을 웃도는 절대 우세의 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해야 할 처지로 몰릴 수 있다.
야당 노동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어 조만간 총선을 하면 2010년부터 집권한 보수당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트러스 내정자는 대처의 '적극적인 작은 정부와 시장 경제 무한 신뢰'의 우파 기조에 투철하다. 영국은 가계 에너지 지불액이 올 4월에 54%, 8월 말에 다시 80%가 올라 1년 새 3배 가까이 폭등해 서민들의 가계를 돕기 위한 정부 보조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 개입을 절대적으로 줄이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대처리즘의 트러스 내정자가 과연 수백억 파운드가 소요되는 서민 민생지원의 국채 발행 및 세금 감면에 나설 것인지에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영국 서민의 물가고 고통은 심각해진다.
보수당 당원투표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이 기간에 민생고 문제가 터졌지만 존슨 총리는 새 총리가 주요 결정을 해야한다면서 국정에서 손을 놓아 영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아닌 당원투표로 총리에 오르게 된 트러스 내정자는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한정된 여론 지지 속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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