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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직무정지' 판결문 분석해보니..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방법은

Jimie 2022. 8. 28. 06:56

'주호영 직무정지' 판결문 분석해보니..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가영 기자 입력 2022.08.27. 18:24 수정 2022.08.27. 21:45
 

 

[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법원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했다./뉴스1

법원이 26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민의힘은 “황당하다”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전문가는 “법원이 비대위 설치를 규정한 당헌 제96조에 근거해 모든 가능성을 놓고 판시해 매우 논리적인 판단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방법 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국민의힘 당헌은 언제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나요?

국민의힘 당헌 제96조 1항은 당대표가 궐위, 즉 공석이 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해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절차를 통해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선발하는 건가요?

국민의힘 당헌 제96조 3항과 4항은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고,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비대위 설치 절차는 적법하지만 비대위를 둘 수 있는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결정했습니다.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정한 전국위의 결의는 당헌 및 정당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봤습니다.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한 결의가 무효라 판단했기 때문에 주 의원은 처음부터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는 판결입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어떻게 판시했나요?

첫째, 현 상황은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의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했습니다.

둘째, 당헌 제96조 제1항에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의 문구가 있다 해도 여기서 ‘등’이라 함은 비상상황에 ‘준하는 사유’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현 국민의힘 상황은 이에 준하는 사유도 아니라고 결정했습니다. 사실상 당헌 제96조 제1항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결정을 사법부가 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가시지 않는데요. 여기에 대해 법원은 뭐라고 판시했나요?

재판부는 정당이 그 활동에 있어서 자율성을 가진다 하더라도 ‘당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정당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하는 경우까지 자율성이 허용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비대위 설치에 관해 당 대표와 최고위, 최고위원들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에는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모든 의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전국위는 1000명, 상임전국위는 50인 이내로 구성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1만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당대회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작다고 할 수 있는데,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건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은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재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국민의힘이 가처분 결정이 나온 지 3시간여 만에 이미 한 이의신청입니다. 이의신청은 해당 재판부에 결정을 다시 한 번 더 고려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의신청만으로는 해당 가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효과가 없습니다. 게다가 같은 재판부에 하는 이의신청이라는 점에서 실익이 크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둘째, 현 남부지법의 가처분 결정 효력을 집행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가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죠. 여기에는 먼저 남부지법의 사무관할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법원마다 다르긴 한데요, 현 가처분 결정을 내린 재판부가 다시 가처분 신청을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새로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현 비대위원장이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소명해야 합니다. 만일 전당대회 조기 실시 등을 위해서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현 재판부도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셋째,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고등법원에 즉시항고 하는 방법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안입니다. 서울고법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재판부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선 과거 ‘비상상황’으로 인정한 예를 구체적으로 잘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현 가처분 결정은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현 가처분에 대해 본안 소송을 기다리는 것인데,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엔 너무 긴 시간이 걸려 실익이 없어 보입니다. 본안 소송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와 별도로 진행되는데, 민사 합의부 1심 사건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통상 1년 정도 걸립니다.

해당 사안에 관해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법실증주의 입장에서 법리에 중점을 두고 적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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