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눈엣가시’도 뽑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
양대 노총, 독점 지위 이용해 이권 챙기는데도 속수무책
“민간 주도 자유로운 시장” 윤 정부는 구호에만 그치나
화물차주들은 정부로부터 두 가지 보호를 받는다. 화물차 허가제를 통한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 제한, 운송료를 일정액 이상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운임제’(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 한정)가 그것이다. 안전운임 결정 과정에는 화물차주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준다. 이 운임을 지키지 않을 때는 화물차주가 아닌 화주(貨主)만 처벌하도록 돼 있다. 판매자는 비싸게 팔려 하고, 구매자는 싸게 사려 하기 마련인데 구매자만 처벌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런 보호책은 우리나라 산업 물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화물차들의 기반이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선의에서 비롯됐다. 화물차들이 과잉 경쟁을 벌이며 위험, 난폭 운전을 일삼는다면 우리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문제는 반대급부가 없다는 점이다. 특혜를 줬다면 우리 사회와 산업에 대한 책임도 요구해야 한다. 적어도 동시 파업을 통해 산업 전체의 동맥을 끊어버리는 행위 같은 것은 어느 정도 제한받아야 한다.
지금 화물연대는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쥐여 준 막강한 힘을 사익(私益)을 위해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시장에 ‘적정 수준’의 화물차만 있으니 이들이 파업에 나서면 화주들은 대체할 화물차를 구하기도 어렵다. 상품 출하가 끊기고 원자재도 들어오지 않는다. 파업 위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고 정부도 늘 질질 끌려다니며 달래기에 급급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지난달 8일간 총파업을 하면서 산업계는 약 2조원의 피해를 봤다. 정부는 3년 시한부였던 안전운임제를 일단 연장하는 미봉책으로 문제를 덮기 바빴다.
곧이어 수도권 레미콘 운송 차주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레미콘 믹서트럭은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진 않지만 2009년 이후 13년간 신규 레미콘 트럭 등록이 동결될 만큼 과보호를 받고 있다. 레미콘 트럭 번호판 값이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트럭이 부족하고, 레미콘 트럭들의 횡포에 건설 현장은 볼모로 잡혀 있지만 노조가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는 신규 레미콘 트럭 진입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 독점 카르텔을 양분해 자기 세력 키우기,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급기야 노조가 사업자가 돼 제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비(非)노조원 포클레인·레미콘 기사를 채용하지 못하도록 횡포를 부린 민노총 지부를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하기로 했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노조는 괴물이 돼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주요 국정 과제로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과 정부의 전방위 지원”을 내세웠다. 이를 막으려는 민노총은 화물차주에 대한 보호책 수호에 사활을 건 것 같다. 안전운임제 연장·확대가 핵심 고리가 될 것이다. 민노총은 “안전운임은 운임 결정을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화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라며, “윤석열 정부 눈엣가시 법안 1호”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안전운임제를 가장 확실히 지키려면 공세적으로 안전운임제를 확대하는 투쟁이 필요하다”며, “안전운임이 전 차종, 전 품목으로 확대되고 현장의 질서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로운 시장을 내세운 건 공정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혁신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일합에서 밀리며 ‘눈엣가시도 뽑지 못하는 정부’가 돼버렸다. 준비도 전략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노동 기득권을 지키려는 하투(夏鬪)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실력 없는 구호만으로는 어떤 개혁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노동계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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