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코로나에 승리하는 날”… 세계 첫 대규모 백신 접종 시작
파리=김윤종 특파원 , 뉴욕=유재동 특파원 , 이미지 기자 입력 2020-12-08 03:00수정 2020-12-08 03:00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 주문… 80세 이상-의료진 등 우선 접종
美도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
FDA 승인땐 주말께 시작될 듯
초고속 사용 승인에 안전성 우려… 美-英 “백신 안맞겠다” 30% 넘어
속속 도착하는 백신
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남부 크로이던 대학병원에 도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담당 직원이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다. 영국은 2000만 명에게 접종할 백신 4000만 회분 중 첫 물량인 80만 회분의 접종을 8일부터 시작한다. 크로이던=AP 뉴시스
영국이 8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미국 역시 빠르면 이번 주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는 기대가 높지만 안전 우려 등으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도 상당해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이날부터 80세 이상 고령자, 요양원 근무자,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1주일간 약 8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 영국 언론은 정부가 지정한 전국의 거점병원 50곳에 특수 상자에 담긴 백신이 속속 도착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맷 행콕 보건장관은 8일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승리의 날(V-Day)’에 빗대 “향후 한 주가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노인 접종을 최대한 빨리 마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자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94)과 남편 필립 공(99) 또한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순번을 기다려 백신을 맞기로 했다. 왕실은 일부의 백신 불신 및 접종 거부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해 여왕 부부의 접종 모습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35%, 미국인의 39%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하는 등 일반인의 접종 거부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영국은 2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전체 인구(약 6600만 명) 중 3분의 1가량인 2000만 명이 사용할 백신 4000만 회분을 미리 주문했다. 화이자 백신은 첫 접종 후 3주가 지나 두 번째 접종을 해야 한다. 앞서 러시아 역시 5일부터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5’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3상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서구 의료기준을 충족한 백신의 대규모 접종은 영국 사례가 처음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또한 10일과 17일 각각 화이자, 또 다른 미 제약업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평가하는 회의를 연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FDA 회의가 끝난 후 며칠 안에 연방정부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백신개발팀 ‘초고속작전’의 몬시프 슬라우이 최고책임자 역시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 10일 혹은 11일 화이자 백신이 사용 승인을 받으면 36시간 내에 첫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연말까지 화이자 백신 4000만 회분, 내년에는 복수의 제조사로부터 수억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다만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효과가 유지되고, 운반 때도 드라이아이스로 채운 특수 박스가 꼭 필요하다. 대량 접종을 수행할 장비, 전문 인력, 시설 등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자 영국 정부는 “백신을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군대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8일 코로나19 백신 구매 현황을 발표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기로 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포함해 화이자, 모더나 등 계약을 체결했거나 진행 중인 백신의 구매량과 공급 계획 등이 공개된다. 정부가 백신 수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올해 7월 구매 협상 시작 후 처음이다. 정부는 4000만 명 이상 접종할 수 있는 물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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