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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각오로 근접전".. 우크라, 40년된 전투기로 제공권 지켰다

Jimie 2022. 3. 24. 06:31

"죽을 각오로 근접전".. 우크라, 40년된 전투기로 제공권 지켰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입력 2022. 03. 23. 22:26 수정 2022. 03. 24. 00:44

 

WSJ "우크라이나 공군이 이번 전쟁의 깜짝카드"
40년된 소련제 전투기와 미사일로 러시아 눌러
NYT "우크라 조종사들 기술력으로 탑건식 공중전 수행"

(볼노바하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볼노바하의 들녘에 추락해 불타고 있는 러시아군 전투기의 모습을 촬영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4일(현지 시각) 제공한 사진. 러시아 공군이 제공권 장악에 실패하며 전황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으로 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우크라이나 침공을 4주째 지속하는 러시아가 압도적인 공군력에도 여전히 제공권(air supremacy)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군·정보 기관과 언론은 우크라이나군의 뛰어난 공중전 기술과 투혼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공군력이 이번 전쟁의 ‘비장의 무기(trump card)’”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공군이 전투기를 하루 평균 200회 출격시키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5~10회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전투기 보유 대수에서도 우크라이나는 55대, 러시아는 600여 대로 1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우크라이나 공군은 개전 이후 러시아 최신 전투기와 무인 드론 등 97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하지만, 러시아 전투기의 격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고, 기체 잔해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러시아 공군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 견해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출격 횟수를 하루 300회까지 늘리기도 했지만, 전투기 대부분은 러시아와 친러 벨라루스 내에 대기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지난 2018년 연합훈련에서 구소련제 수호이 Su-27기를 출격시키는 모습. /미 공군 제공

 

우크라이나군 방공 시스템은 1970~80년대 도입한 옛 소련제 S-300 장거리 미사일을 중심으로, 90년대 이후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추가한 구조라고 한다. 전투기도 대부분 옛 소련제 Su(수호이)-27기다. 반면 러시아 공군 주력기는 최첨단 Su-34와 Su-35기다. NYT에 따르면 이런 전력 차이에도 현재 우크라이나 영공에선 현대전에서 보기 드문, 80년대 할리우드 영화 ‘탑건’ 스타일의 공중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전투기 간 공중전은 미 공군도 1991년 이라크전 이후 벌인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공군은 “우리 영공이기 때문에 우리 방공 시스템이 더 유효하다”고 할 뿐, 구체적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WSJ는 “우크라이나군 지휘 체계는 지휘관 한 명에게 의존하는 소련·러시아식 중앙집권 방식을 탈피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 스타일”이라며 “다양한 현장 상황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러시아 공군의 최신형 수호이 Su-34 전폭기가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모처에서 출격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40년 된 Su-27 전투기를 조종하는 우크라이나 파일럿 ‘안드리우’(25)는 NYT 인터뷰에서 “(공대공 교전에서) 내 조종술이 러시아 조종사보다 뛰어나다”고 전했다. 그는 “무슨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채 밤마다 출격한다. 나가면 항상 5배는 많은 적에 둘러싸인다”며 “러시아 전투기가 연료를 빠르게 소진하도록 일부러 협곡 등 험한 지형으로 유인한다”고 했다. 안드리우는 “적군 전투기를 육안으로 보고 조준할 정도로 근접 비행한 적도 있다”며 “본부에서 ‘상대가 이미 널 향해 미사일을 쐈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최대한 정밀 조준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보다 유능한 동료가 이미 많이 죽었다”며 “나도 ‘마지막일 수 있다’는 심정으로 출격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전투기에 격추당하거나 고장 나 비행이 불가능한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늘고 있다. 활주로가 파괴돼 일반 고속도로에서 이착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국에 공군 장비 지원과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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