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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3인 재판, 국정원의 불운 상징"

Jimie 2020. 12. 6. 09:59

"우린 불운의 상징" 朴정부 국정원장 3인 1시간 최후진술

[중앙일보] 입력 2020.12.06 07:00 수정 2020.12.06 07:17

 

2017년 11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서울 구치소를 나서던 모습. 그는 이후 재판에서 실형을 받아 다시 구속됐다. [연합뉴스]

 

"세계 어느 문명국가에서도 이처럼 정보책임자들이 한꺼번에 재판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사람이라도 적폐청산 됐을 것"

박근혜 정부의 세 전직 국정원장인 이병호·이병기·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피고인석에 있던 지난달 23일 서울고등법원의 한 법정. 올해로 80세를 맞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선고 전 마지막 파기환송심에서 검찰과 법원을 매섭게 비판했다. 이미 잊혀진 재판인지라 1시간가량 이어진 그의 최후진술을 듣는 이는 판사와 검사, 그리고 그의 변호인들 뿐이었다. 

"국정원장 재판, 국정원의 불운 상징"

이 전 원장은 "지금 이 법정에는 박근혜 전 정부에서 근무한 3명의 국정원장이 재판장님 앞에 앉아 있다"며 "세계 어느 문명국가도 이처럼 정보책임자들이 한꺼번에 재판을 받은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정원은 불쌍한 정보기관이다. 3명의 국정원장이 한꺼번에 이곳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모습 자체가 그 불운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활비 상납' 항소심에 출석하던 이병기·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 전 원장은 임관 뒤부터 정보기관에 몸을 담았다. 검찰은 그런 이 전 원장에게 징역 6년에 자격정지 5년을 구형했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의 예산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용한 혐의(국고손실·뇌물)를 받고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혐의를 받는 두 명의 또다른 국정원장을 대신해 최후진술을 했다. 이 전 원장은 "제가 감옥생활을 했고 갈 위험에 처한 것은 결국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국정원장을 했었다면 그 분이 저 대신 이자리에 섰을 것"이라 말했다.

"연장자인 이병호 원장이 말씀하시라"

이 전 원장의 변호인 엄상익 변호사에 따르면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은 법정에서 짧게 진술을 마쳤다. 남 전 원장은 "성대에 이상이 생겨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병기 전 원장은 "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려했다면 청와대 비서관을 통하지 않고 둘이 있는 자리에서 직접 줬을 것"이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이병호 전 원장의 변호인인 엄상익 변호사의 모습. 이 전 원장의 최후진술은 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중앙포토]

 

엄 변호사는 두 전직 국정원장이 연장자인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최후 진술을 양보한 것이라 했다. 엄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결론은 정해진 정치 재판 아니냐. 전 국정원장들에게 비굴하게 가지 말고 최후 진술에서 이 재판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의 제안에 두 전직 국정원장은 "이병호 원장이 대표로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 전 원장의 최후 진술이 1시간가량 이어진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엄 변호사를 통해 A4용지 14쪽에 달하는 이 전 원장의 최후 진술 전문을 전달받았다.

윤석열과 김명수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

이 전 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사들에게 "법집행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거나 법관들에게 "재판을 통해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두 사람의 말과 달리 자신이 경험한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은 달랐다고 했다.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이 전 원장은 국정원의 공과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정원의 많은 과오와 무리가 있었고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역사의 과정에서 일어난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정보기관이 기여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세 전직 국정원장의 항소심을 모두 파기환송했다. 원심에서 국정원 특활비 관련 국고손실혐의(횡령 등)에 일부 무죄를 선고된 판결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2년 6월을 받은 세 사람의 형량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에겐 징역 6년, 이병기 전 원장에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내년 1월 14일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최종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gurq**** 2020-12-06 07:21:06

지금 대한민국은 마음에 안들면 적폐라는 명분으로 없는 죄도 만드는 독재시대다. 엄청난 국고손실을 가져온 문재인정권에도 똑 같은 잣대로 죄를 묻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