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다국적매체, 민간인 참상 영상 공개
아내-딸 피신시킨 후 총격 받아… 아들의 안전 확인한 뒤 결국 숨져
차를 타고 피란 가던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러시아군의 총격에 숨지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총에 맞은 운전자 남성은 숨졌고 옆에 탔던 아들은 절규했다. 3일(현지 시간) 다국적 연합매체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지난달 25일 수도 키이우 중심에서 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이반키우 마을에서 벌어진 참사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인 올레흐 불라벤코 씨는 아내와 딸을 먼저 피신시킨 뒤 아들과 함께 집에 남아있던 반려견 세 마리를 데리고 피신처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들은 스마트폰으로 차창 밖 풍경을 동영상 촬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방에 러시아 군용 차량 한 대가 보였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다급하게 “멈춰요. 엔진을 꺼요”라고 외쳤다. 차를 세웠으나 곧 총탄이 차를 향해 쏟아졌다. 불라벤코 씨는 아들에게 “고개 숙여. 빨리 내려”라고 소리친 뒤 자신도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총에 맞고 쓰러졌다.
차 뒤쪽으로 몸을 피한 아들은 외쳤다. “아버지, 죽지 말아요. 제발.” 아들은 오열했으나 불라벤코 씨 몸 아래로 피가 흥건했다. 그는 잠시 고개를 들어 아들의 안전을 확인하고는 “나를 끝내(죽여)다오. 다리가 찢겨 나간 것 같다”고 말한 뒤 숨을 거뒀다. 살아남은 반려견 한 마리는 시신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RFE/RL은 “당시 목격자는 총을 쏜 것은 러시아군이라고 증언했다. 현장에 우크라이나군은 없었던 것도 확인했다”며 이 영상을 공유해 달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 자금 지원을 받는 RFE/RL은 23개국에서 27개 언어로 뉴스를 전한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