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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와 '복싱형제' 암살 특명" 러가 보낸 용병부대 키예프 잠입

Jimie 2022. 2. 28. 19:03

"젤렌스키와 '복싱형제' 암살 특명" 러가 보낸 용병부대 키예프 잠입

중앙일보

입력 2022.02.28 18:00

업데이트 2022.02.28 18:3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밀병기 '바그너(Wagner) 군단'에 내려진 특명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이었다. 영국 더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에 고용된 용병 400명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핵심 인물 23명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과 그의 측근들이 25일 키예프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 300명이 우크라이나와 전면전 토대를 닦기 위해 먼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 진입했다. 그런데 더타임스에 따르면 바그너 용병은 당초 보도된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인 2000~4000명가량이 지난 1월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 그중 400명은 우크라이나 북쪽에 위치한 벨라루스를 통해 키예프로 향했다.

 

키예프에 배치된 바그너 용병 400명의 임무는 러시아군을 수도로 안내하는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과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과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치코 등 23명을 암살하는 것이다. 클리치코 형제는 프로 복싱 사상 처음으로 형제가 동시에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오른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이다. 형은 전쟁 발발 이후 키예프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고, 동생은 예비군에 가입했다. 이들은 모두 최전선에서 국민을 이끄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 예비군 모집소 개소식에서 발언하는 블라디미르 클리치코(오른쪽). 왼쪽은 형인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 오전 바그너 용병의 암살 지령에 알게 됐고, 이날 오후 5시부터 28일 오전 8시까지 39시간의 강력한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키예프시 당국은 당시 "이 시간에 밖에 나온 민간인은 러시아의 방해 공작원으로 대응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방해 공작원'으로 명명한 이들이 바로 바그너 용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클리치코 시장은 27일 밤 "강력한 통행금지령은 끝나지만 오후 10시~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가 계속된다. 러시아 방해 공작 무리를 많이 무력화했지만 여전히 총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바그너 용병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휴대폰을 추적해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타임스는 바그너 그룹과 연결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그너 용병들의 활동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러나 이는 교묘한 속임수"라고 전했다. 바그너 용병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가 다시 떨어지면 며칠 내에 임무를 완수하고 우크라이나를 나갈 계획이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엄청난 보너스를 받을 예정이다.

 

러시아 용병 와그너그룹 로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보고서 제공

 

리처드 배런스 영국 전 합동군 사령관은 "바그너 용병은 그림자다. 그 실체와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러시아 정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아 그들을 추궁한다 해도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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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바그너그룹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신흥 재벌'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활약했고, 최근 수년 동안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을 지원했다. 또 시리아·리비아 등 중동 내전에 개입하며 전투 경험을 쌓아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