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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핵카드, 안전장치 풀렸다…"도박 즐기는 그, 오판할 수도"

Jimie 2022. 2. 28. 18:02

푸틴의 핵카드, 안전장치 풀렸다…"도박 즐기는 그, 오판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2.02.28 16:00

업데이트 2022.02.28 17:1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자국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꺼내 든 ‘핵무기’ 카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대다수 전문가와 주요 외신들은 서방 국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정치적 카드’라고 분석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충동성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왔다.

뭐가 달라지나... “안전장치 해제한 셈”

A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대러시아 제재 일환으로 ‘금융핵폭탄’으로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를 발표한 후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 개최가 발표된 시점에 맞물려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지시를 “총기의 안전장치를 푸는 셈”이라고 평했다. 유엔군축연구소(UNIDIR)의 파벨 포드비그 수석 연구원은 이코노미스트에 “평시에는 핵 발사 명령이 떨어져도 시스템상 이 명령이 수행되지 않지만 (이번 지시로) 이제 그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핵잠수함이 출항하는 등 다른 군사적 (발사) 준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27일 “푸틴 대통령의 지시가 러시아의 핵전력(nuclear force)을 어떻게 바꿀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러시아는 미국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잠수함 등을 상시 준비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메시지에 불과”

다만 주요 외신과 다수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카드가 ‘정치적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러시아의 이번 지시는 핵 발사를 더 용이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을 현재 사용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원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 건물 곳곳이 붕괴됐다. AFP=연합뉴스

브루노 테르트레 프랑스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FRS) 핵억제력 전문가는 27일 이코노미스트에 “러시아의 이번 지시는 서방 국가의 지원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라며 “만약 진짜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이었으면 선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위협용? “푸틴, 도박 즐긴다”

문제는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서는 경우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시에는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오판할 위험성이 커진다”면서 “이미 증명된 것처럼 푸틴 대통령의 도박성은 예상보다 높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판돈을 올리며 도박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PBS도 27일 “미국 관료들은 푸틴 대통령이 유럽 내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면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늘 하고 있다”고 했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미 핵무기 전문가는 “푸틴 대통령이 핵탄두를 전투기에 싣거나 핵잠수함을 더 출항한다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상응하는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고 잠재적으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서방 사회 “위협적 언사” 공세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 카드에 미국과 EU 등 서방 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의 발표 직후 미 CNN에 “이건 위험한 언사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사태만 더 심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역시 “푸틴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 ABC 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은) 추가 침공을 정당화 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우리는 저항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가지고 있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히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 항공사들에 대해 EU 영공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인들에게 EU 상공을 닫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소유하고 있거나 통제하는 모든 항공기는 EU에서 이륙하거나 착륙할 수 없다”고 했다. BBC는 27일 “비행 제한으로 러시아 항공기들은 우회 항로를 통해야 하며 비행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영국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공항 이착륙과 영공 이용을 금지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28일 미국 관료를 인용해 “미국 역시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했지만 유사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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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