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 트위터로 항전... 국민 앞엔 나타나지 않았다
무기력한 우크라… 아무 대책이 없다
젤렌스키, 계엄령 선포후 TV연설… 러 향해 “늦기전에 멈춰야” 호소
서방만 믿고 측근들로 요직 채워… 대통령 책임론 비등, 혼란 커질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자국 침공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4일 오전(현지 시각)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이날 영상 메시지로 계엄령 선포 사실을 알리며 “모든 안보·국방 요소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강하다. 두려워하지 말라”며 불안해하는 국민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이 러시아 침공 소식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러시아를 향한 ‘읍소’에 주력했다. 그는 24일 자정 무렵 긴급 TV 연설을 하고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결과는 ‘침묵’이었다”며 대화 결렬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러시아를 향해 “우리의 주된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우크라이나인의 안전”이라고 했다. 이어 “너무 늦기 전에 (전쟁 위기를) 멈춰야 할 때다. 러시아인들은 전쟁을 원하는가? 답변을 듣고 싶다”며 감정적인 호소를 쏟아냈다. 이 같은 ‘평화’에 대한 읍소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국방안보위원회는 러시아 침공 전날인 23일 국가 전역에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하고 예비군 소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18~60세 병력 3만6000여 명이 정규군에 합류해 최대 1년간 복무하게 된다.
이날 동·남·북 삼면에서 러시아군의 기습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일단 정규군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군용기 다섯대와 헬기 등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격추 상황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현격한 전력 차 때문에 군사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미 자유유럽방송(RFE) 분석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병력은 50만명이지만, 이 중 예비군과 준정규군을 제외하고 당장 가동 가능한 정규 병력은 20만명에 불과하다. 반면 러시아 병력은 정규군만 85만명에 달하고 이 중 20만명이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해있다.
장비 면에서도 차이는 현격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탱크는 2596대와 1만2420대로 러시아가 5배가량 많다. 장갑차도 우크라이나는 1만2303대, 러시아는 3만122대다. 이동로켓발사대는 러시아가 3391대로 10배가량 더 많다. 이런 전력 차 때문에 결국 제3국의 중재에 따른 평화 협상이라는 형태로 우크라이나가 굴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이번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정국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당장 수개월 전부터 러시아의 전면적인 군사행동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잇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통령의 최우선 책무인 국민·국토 보호에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러시아 침공 직후 계엄령 선포 영상 메시지에서 “곧 다시 (국민들과)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위터에 “유럽 정상들과 회담을 통해 반러시아 연대 결성을 논의했다”는 등 자신의 행적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불안에 떠는 국민들이나 군대 앞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침입이 임박한 수도 키예프에서는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새벽부터 포성과 폭발음을 듣고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에 나섰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코미디언 출신으로 2015년 드라마에서 청렴한 대통령을 연기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어 정치에 입문했고 2019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73%라는 경이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는 취임 후 친미국·친서방 기조를 유지했고,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악화된 러시아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의지를 줄곧 표명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44국 대표를 수도 키예프로 불러 러시아 견제 성격의 국제협의체 ‘크림 플랫폼’을 창설해 외교 역량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자신과 친한 측근들이 요직을 맡도록 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미 전임 포로셴코 대통령 등 정적들은 젤렌스키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2014년 친서방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축출됐던 친러파 정치 세력이 푸틴의 비호로 다시 우크라이나 중앙 정치 무대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시 친러파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추진을 일방 중단시키는 등 친러 행보를 보이다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중도 퇴진했다. 이는 푸틴이 군사적으로 개입해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는 발단이 되기도 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국이 된 우크라이나는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화 세력의 갈등으로 고질적인 정치 혼란이 이어져 왔는데, 러시아가 이번 침공을 계기로 친러 정부를 세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식물 국가로 전락할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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