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정치부 차장
“이니(문재인), 여니(이낙연)에겐 미안하지만 제 표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일부 극성 문파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기현상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올 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낙선운동으로 시작해서 어느덧 윤 후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른바 ‘윤며드는’(‘윤석열+스며든다’의 합성 신조어)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이자 정치 포스터 제작자로 잘 알려진 트위터리안 ‘더레프트’는 연일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를 저격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온라인에 뿌리고 있고, 주요 문파 커뮤니티마다 조직적으로 ‘윤석열 홍보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경선뿐 아니라 지난 대선부터 누적된 악감정 때문에 ‘이재명 당선만은 막자’던 극성 지지층들이 점점 국민의힘과 적극적 ‘선거 연대’를 맺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가 요리사들도 어려워한다는 스테인리스 팬으로 계란말이를 만드는 모습이라든지, ‘토리’ 등 유기견을 입양한 뒷이야기 등이 전해지면서 3040세대 여성이 다수인 문파 민심을 제대로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처음엔 이들의 ‘반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 중진 의원은 “목소리 큰 일부의 움직임으로, 선거 대세엔 지장 없다”고 했고, 선대위 핵심 의원도 “이낙연 전 대표만 등판하면 바로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판세 ‘분수령’이라던 설 연휴가 끝나고도 이 후보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그제야 민주당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아직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이 첫째로 우리의 (공략) 대상”이라며 “문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퇴임 이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했다. 때마침 윤 후보의 ‘현 정부 적폐 청산 수사’ 발언이 나왔고,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당 지도부부터 원로들까지 총출동해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릴레이 성명서를 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위해 이 후보를 뽑으란 얘기다.
하지만 정작 문파들은 꿈쩍도 안 했다. 이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등판해 지지를 호소해도, 문 대통령이 ‘대로’하며 윤 후보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는데도 “문 대통령의 육성이 아니니까 안 믿는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윤 후보가 말한 ‘적폐’가 문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 인사들을 지칭한 것이란 해석과 함께 “결국 ‘적폐 민주당’이 스스로 제 발 저려 저런다”고 역비판했다.
대선을 10여 일 앞두고 이런 유례없는 상황에 이르기까진 결국 민주당 특유의 오만함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어차피 ‘잡은 물고기’라는 여유 속에 문파의 오랜 반발을 너무 얕잡아봤다. 그래놓고 뒤늦게 마치 표를 맡겨놓은 듯 지지를 요구하니 당의 핵심 주축이었던 팬덤마저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원래 팬이 안티로 돌아설 때가 가장 무섭다고들 한다. 민주당이 과연 남은 기간 얼마나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일부 극성 문파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기현상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올 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낙선운동으로 시작해서 어느덧 윤 후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른바 ‘윤며드는’(‘윤석열+스며든다’의 합성 신조어)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이자 정치 포스터 제작자로 잘 알려진 트위터리안 ‘더레프트’는 연일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를 저격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온라인에 뿌리고 있고, 주요 문파 커뮤니티마다 조직적으로 ‘윤석열 홍보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경선뿐 아니라 지난 대선부터 누적된 악감정 때문에 ‘이재명 당선만은 막자’던 극성 지지층들이 점점 국민의힘과 적극적 ‘선거 연대’를 맺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가 요리사들도 어려워한다는 스테인리스 팬으로 계란말이를 만드는 모습이라든지, ‘토리’ 등 유기견을 입양한 뒷이야기 등이 전해지면서 3040세대 여성이 다수인 문파 민심을 제대로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처음엔 이들의 ‘반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 중진 의원은 “목소리 큰 일부의 움직임으로, 선거 대세엔 지장 없다”고 했고, 선대위 핵심 의원도 “이낙연 전 대표만 등판하면 바로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문파들은 꿈쩍도 안 했다. 이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등판해 지지를 호소해도, 문 대통령이 ‘대로’하며 윤 후보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는데도 “문 대통령의 육성이 아니니까 안 믿는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윤 후보가 말한 ‘적폐’가 문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 인사들을 지칭한 것이란 해석과 함께 “결국 ‘적폐 민주당’이 스스로 제 발 저려 저런다”고 역비판했다.
대선을 10여 일 앞두고 이런 유례없는 상황에 이르기까진 결국 민주당 특유의 오만함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어차피 ‘잡은 물고기’라는 여유 속에 문파의 오랜 반발을 너무 얕잡아봤다. 그래놓고 뒤늦게 마치 표를 맡겨놓은 듯 지지를 요구하니 당의 핵심 주축이었던 팬덤마저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원래 팬이 안티로 돌아설 때가 가장 무섭다고들 한다. 민주당이 과연 남은 기간 얼마나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