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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 포문" 美·EU·英 잇달아 러시아 규탄…즉각 제재 발동

Jimie 2022. 2. 22. 12:54

[종합]"침공 포문" 美·EU·英 잇달아 러시아 규탄…즉각 제재 발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자칭 공화국들에 대한 독립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침공 포문을 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자 지배 지역에 대한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강력 규탄에 나섰다. 즉각 제재 조치를 발표한 미국에 이어 러시아의 행보를 막기 위한 서방의 대러 제재가 줄 잇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이 사실상 개시되며 조만간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군사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러 발표에 美 즉각 제재 발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역에 대한 제재를 담은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 이후 미국이 내린 사실상 첫 제재 조치다. 이들 지역에서 미국인의 신규 투자, 무역, 금융을 금지하고 개인에 대한 제재 권한까지 담은 것이 골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상했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가 자행한 국제 협정 위반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치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제재는 22일 발표될 전망이다. 다만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논의해 온 경제 조치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사키 대변인은 덧붙였다. 한 미국 관리는 "앞으로 몇 시간 동안 그들(러시아)이 무엇을 하는 지 면밀히 살펴보며 그에 따라 대응 강도가 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이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반군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각국은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제재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 CNN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밤 도네츠크 인근에서 러시아 군대로 추정되는 군용차량이 이동하는 영상이 확인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2일 오전 6시30분부터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제재 패키지를 즉각 도입하는 방안을 확정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차원의 제재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역시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법과 민스크협정의 노골적 위반"이라며 러시아의 결정을 규탄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긴급 연설을 통해 "노르망디 4자 긴급회담 소집이 개시됐다"면서 "(서방) 파트너들로부터 확실하고 효과적인 조처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밤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공개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바이든·푸틴 회담 무산될 듯
푸틴 대통령의 이날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외교적 해법의 여지는 한층 더 좁아졌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전날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로 추진됐던 미·러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두 정상 사이의 외교적 개입의 여지가 남아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추가 군사행동을 암시하는 정보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 정상회담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붙였던 ‘우크라이나 불침’ 조건이 깨졌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미국 고위 관리 역시 "이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더 광범위한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 및 무역, 금융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를 군사적 충돌에 휩싸이게 하고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을 급격히 고조시키겠다고 위협하는 푸틴 대통령의 ‘고강도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푸틴이 냉전 이후의 안보 지도를 다시 그리길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는 NATO의 동진 중단,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금지, 동유럽 주둔 서방 군사력 축소 등 요구사항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과 EU 역시 이 요구 사항 가운데 한 가지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고 맹비난하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는 칙령에 서명했다. 또한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라고 지시,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 배치를 공식화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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