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 폭로 하루새 검사 250명 응원댓글…"우리가 지켜줄게"
[중앙일보] 입력 2020.11.30 14:58 수정 2020.11.30 15:24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방송사 중계진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생활 20년 만에 내부에서 이런 양심선언이 나오는 건 처음 봤다”(22년 경력 검찰 간부)
“박근혜 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외압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같았다”(15년 검사 경력의 변호사)
휴일인 지난 29일 오후 2시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된 평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대검찰청 사찰 의혹 문건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폭로한 글을 올리자 이같은 평가가 나왔다. 이날 현직 검사들의 모임에서도 이정화(41·사법연수원 36기) 검사의 글이 단연 화제였다고 한다.
30일 오후 2시 현재 이 검사가 올린 글에 응원 댓글을 단 검사들은 250여명이다. 전체 검사 2292명 중 10%가 넘는 검사들이 하루 만에 “용기와 소신에 경의를 표한다” “마음고생이 많았다” “앞으로는 우리가 힘이 되어 줄게”라는 응원 댓글을 달았다.
이정화 검사 글 게시 하루 만에 250여개 응원 댓글
이 검사는 지난 17일 윤석열 총장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밀봉된 법무부 공문을 들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은 평검사 2명 중 1명이다. 당시에는 친정부 인사로 분류 받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지시를 받고 윤 총장을 몰아내는 데 활용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12일 만에 이 검사가 스스로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작성한 보고서가 아무런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폭로함에 따라 검찰 내에서는 양심적인 내부 고발자로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정화 검사는 차분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남부지검 근무 당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를 허위 공격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구속해 실형까지 받게 한 주임 검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정부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파견된 경력도 있다.
지난 28일 정부과천청사 앞 추미애 법무부 장관 규탄 집회에 ‘법무부 사망’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두른 차량이 등장했다. [사진 자유연대]
현재 소속은 대전지검으로, 파견 당시 박은정 감찰관의 남편인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직접 전화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통신망에는 “상의 없이 일선 검사를 차출한다”는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형사부장이 인사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건 ‘박근혜 정부의 최모씨 인사농단’ 느낌이 든다”고 꼬집는 검사도 있었다.
이정화 검사가 폭로한 내용을 보다 자세히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이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실제 감찰관실에 있는지와 ▶총장 직무배제가 발표된 지난 24일 이 검사가 확인하려 했던 정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검사들은 이날 이번 감찰을 주도한 박은정 감찰담당관에게 “감찰 기록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날 법무부는 이 검사 주장에 “기록이 삭제된 것은 없다”며 반박했지만, 법무부 내부에선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할 당시 보고서엔 이 검사가 ‘죄가 되기 어렵다’고 쓴 부분이 빠져 있었다”는 말이 계속 돌았었는데 이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검사들 실제 행동으로 이정화 검사 지키기 움직임
이 검사의 폭로 글 중 “24일 오후 5시 40분쯤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판사 정보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 유출됐으니 윤 총장에 대한 혐의가 성립된다”며 이 검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논란은 해당 사건 수사를 맡았던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이 지난 29일 내부 통신망에 “법관 리스트를 대검은 물론 다른 어떤 부서에도 제공·공유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박은정 담당관은 이날 윤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심문 후 취재진에 법무부가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을 지휘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법무부의 감찰보고서 중 윤 총장에 대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보고서에서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는 이정화 검사의 주장을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민상‧강광우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단독] “감찰기록 보자” 검사들 요구, 박은정 담당관이 묵살
[중앙일보] 입력 2020.11.30 11:27 수정 2020.11.30 11:42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무부 감찰관실 검사들의 ‘감찰 기록 검토’ 요구를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둘러싼 법무부 내의 내홍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3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법무부 감찰관실 검사들은 박 담당관에게 ‘감찰 기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담당관은 소속 검사들의 통화 및 방문 요구 등을 모두 묵살한 채 자리를 비웠다. 박 담당관은 현재 윤 총장의 재판에 참여 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감찰관실 검사들의 항의는 빗발치고 있다. 오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있는데 이를 제 때에 검토하지 못한다면 윗선의 요구에 맞춘 일방적인 내용만 담기기 십상이라는 우려에서다.
감찰관실 내부 폭로도 나왔다. 지난 29일에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된 이정화 검사는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안 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수사 의뢰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이런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박 담당관은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상관인 류혁 감찰관(검사장급)의 결재를 받지 않고 전결로 처리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류 감찰관을 포함한 여러 검사들이 ‘수사 의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박 담당관이 추 장관의 지시에 따라 전결 처리했다는 것이다. 한 법무부 소속 검사는 “박 담당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에 감찰관실 검사들이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법무부는 이에 대해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과장급도 '윤석열 징계' 항의서한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징계청구를 두고 법무부 내부에서도 계속해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법무부 소속 과장검사 10여명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지시를 제고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들고 고기영 차관을 찾아갔다. 지난 27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는 위법‧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들고 심재철 검찰국장을 찾아간데 이어 2번째 항의 방문이다. 검찰과 징계 담당 검사가 항의성 휴가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이종배 대표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한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이날 추미애 장관과 박은정 담당관, 심재철 법무부 감찰국장을 직권남용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징계청구 명령을 내리는 과정과 압수수색 등에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The Citing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슬 본색이...文의 민낯” (0) | 2020.11.30 |
---|---|
서울행정법원, ‘尹 직무정지’ 공방 (0) | 2020.11.30 |
위법적인 추미애 폭주, 법원이... (0) | 2020.11.30 |
수치심 모르는 운동권 독재 (0) | 2020.11.30 |
검찰개혁과 권력의 시녀 (0) | 2020.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