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법적인 추미애 장관의 폭주, 법원이 제동 걸어야
[중앙일보] 입력 2020.11.30 00:04 |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둘러싼 검찰의 혼란이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윤 총장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조미연 부장판사가 오늘 오전 심리를 연다. 이르면 하루 이틀 새 결론을 낼 수도 있다. 적어도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이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정지 사유에 맞느냐를 판단하는 일만 남았다.
추 장관, 59곳 지검·지청 평검사들 성명 무시
‘판사 문건’ 죄 안 된다는 담당자 보고도 묵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추 장관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전국의 지방 검찰청과 지청 60곳 중 59곳의 평검사들이 모두 명령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전에도 ‘검란(檢亂)’이라고 불린 평검사들의 항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처럼 소속원 전체가 참여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느 부처 공무원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겁 없이 감행할 수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이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로 위법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는 사실을 김 원내대표는 먼저 깨달아야 한다.
법무부 감찰위원들은 내달 1일 전에 감찰위원회를 열라고 요구했다. 추 장관은 성가신 감찰위원들의 반대를 건너뛰기 위해 법무부 훈령까지 몰래 고쳤다. 감찰과 징계 전에 위원회 자문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한 조항을 선택사항으로 바꿨다. 그러고는 감찰위원회 소집을 징계위 뒤로 미뤘다. 그러나 긴급한 사유가 없다면 훈령을 개정할 때 20일의 행정예고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절차를 위반한 훈령 개정은 위법이다.
추 장관과 여당은 ‘재판부 사찰’ 프레임으로 몰고 있다. 판사들의 감성적인 분노를 자극하기 위한 술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나오는 자료를 정리한 문서를 사찰 문건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억지다. 법원과 검찰 모두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에 공감한다. 법정에서 강조할 표현, 삼가야 할 말 등을 참고하기 위해 변호인 측은 만반의 준비를 한다. 똑같은 당사자로서 검찰이 준비하면 사찰인가. 심지어 감찰 담당자마저 죄가 안 된다고 보고했으나 이유 없이 삭제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아무리 법과 규정을 들어 잘못을 지적해도 추 장관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도저히 법률가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추 장관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곳은 이제 법원밖에 없다. 검찰에서 매일 상식과 법률에서 동떨어진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을 비롯한 비리에 대한 수사는 일제히 멈췄다. 검찰이 난장판이 된 조직을 속히 수습하고, 민생과 직결된 수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법원의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사설]法治의 앞날이 서울행정법원과 감찰위 결정에 달렸다
동아일보 입력 2020-11-30 00:00수정 2020-11-30 05:07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오늘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명령한 직무정지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 절차를 진행한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윤 총장은 직무에 복귀한다. 이 경우에도 추 장관이 2일 열릴 예정인 법무부 징계위에서 징계를 강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에 앞서 법무부 감찰훈령 제4조 ‘중요한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의 ‘받아야 한다’를 ‘받을 수 있다’고 고쳤다. 윤 총장은 감찰훈령 개정 절차가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책 제도 계획을 변경하는 경우 최소 20일 이상의 행정예고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데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은 감찰위를 거치지 않아 위법한 것이 된다.
법무부 감찰위는 내일 열린다. 법무부가 징계위 이후로 미뤄놓은 것을 위원들이 징계위에 앞서 열려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감찰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으므로 징계위가 감찰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그러나 감찰위가 감찰 결과를 문제 삼는다면 징계 강행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추 장관이 27일 “검사들이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당연시하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계속 반발이 이어졌다. 그날 저녁까지 전국 지검과 지청 60곳 중 59곳에서 추 장관 조치를 철회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남은 1곳도 이번 주 성명을 낼 계획이다. 추 장관의 손발 역할을 하는 법무부 검찰국 평검사 10여 명마저 부당함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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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이라는 것은 추 장관 측 인사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2월 보고받아 알고 있던 문건을 뒤늦게 문제 삼은 것이다. 법무부에서 이 사안의 법리를 검토한 검사는 어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서에 기재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검찰 내부망에 밝혔다.
평검사를 감찰할 때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을 한 명의 평검사만도 못하게 취급한 조치가 법치를 뒤흔들고 있다. 절차적으로 위법투성이인 감찰 결과로 총장이 하루아침에 직무에서 배제된다면 어느 검사가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은 윤 총장을 넘어 나라의 법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와 법무부 감찰위의 결정에 법치의 앞날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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