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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들에겐 미안하지만 박항서는 결과로 보여줌…그가 곧 역사

Jimie 2022. 2. 3. 06:03

냄비들에겐 미안하지만 박항서는 결과로 보여줌…그가 곧 역사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방콕(태국)=뉴스1) 민경석 기자 =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2020.1.16/뉴스1

 

1.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최초)

2. 아시안게임 4강(최초)


3. 동남아시아 스즈키컵 우승(10년만)

4. 동남아시안게임 우승(60년만)

5. 아시안컵 8강(최초)

5.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최초)

6. 월드컵 최종예선 승리(최초)

2017년 10월 베트남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에 올랐던 '쌀딩크' 박항서 감독의 대표 업적들이다. 모든 발자취가 역사였고, 빛나는 업적이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중 월드컵 최종예선 승리는 '박항서 매직'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중국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8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7연패 이후 획득한 값진 1승이었다.

 

동남아시아에는 아직까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승리를 거둔 국가가 없었다. 태국이 2무를 거둔 적이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이 마침내 '첫 승'을 신고한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중국이었다. 베트남은 그동안 앙숙에 가까운 중국 대표팀을 상대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다. 기쁨이 두 배였던 이유다.

베트남 국민들이 얼마나 기뻤는지는 경기를 직관했던 팜민찐 베트남 총리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찐 총리는 베트남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이후 눈을 질끈 감고 감격했고, 아이처럼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박수를 쳤다.

찐 총리는 경기 직후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을 격려한 후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찐 총리는 "베트남 역사에 기록될 대단한 승리였다"며 "수고한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에게 세뱃돈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인들의 박항서 감독을 향한 회의론도 일축했다. 최초로 올라선 월드컵 최종예선 무대였지만, 7연패를 당하는 동안 박 감독의 입지가 많이 위축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냄비처럼 박 감독을 흔들어온 현지 언론들은 이번 역사적 승리 이후 '박항서 매직'에 찬사를 다시 보내고 있다. 말그대로 '결과로 증명한' 박 감독이다. 경기 전 "반드시 중국을 잡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도 지켰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 본인은 담담하다. 그는 경기 후 역사적 승리를 일궈낸 '승장'으로 보기 힘든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 축구가 이번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결과 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베트남에 미래가 있을 것이란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베트남 현지에서 4년여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며 내린 진심어린 평가였을지도 모르겠다.

박 감독은 "한국말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베트남 팬들은 이번 대회에 욕심이 나는 것 같다. 우선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노력으로 미래를 판단하자"며 "이기지 못해도 다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제 박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다음달 오만, 그리고 일본과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 특히 일본과의 10차전에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월드컵 직행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는 9차전에서 호주를 못 이긴다면 반드시 10차전에서 베트남을 잡아야 한다. 각본없는 드라마가 '박항서 매직'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인가.

박항서 감독은 "내 계약은 2023년 1월까지 유효하다.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베트남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