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판사들의 ‘엑소더스’....김명수 대법원에 무슨 일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작년 12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조일원화제도 분과위원회 위원장 임명·위촉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직장을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내가 알던 법원이 맞나 싶습니다”
“수장은 승진 걱정 없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며 큰소리를 치는데, 정작 판사들은 집단으로 조직을 떠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있었던 법관 정기인사를 두고 많은 판사들이 허탈감을 토로했다. 서울고법 판사 10명을 비롯해 고법 판사 13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에선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80명이 넘는 판사들이 법원을 나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대법원 재판의 실무 중추인력인 재판연구관 5명의 집단사직에 이어 고법 판사 13명의 사직이 알려지자 법원 안팎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 대참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법 판사는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와 함께 2심 사건을 심리하며, 판결문 작성 및 법리 검토 등을 맡는 재판 핵심 인력이다. 경륜을 갖춘 중견 법관들이 많이 배치돼 있는 자리로, 예전에는 승진하기 전 꼭 거쳐야 하는 요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고법 판사 자리는 최근에도 인기가 높다. 인사철을 앞두고 서울고법 고법판사 지원자가 100여명을 넘어서는 등 수도권 고법판사 선발 경쟁률이 10대 1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지방법원 판사에 비해 장기간 수도권 근무가 가능하고 2심에서 중량감 있는 사건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자리를 지키던 판사들은 ‘집단 사직’을 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마찬가지로, 고법 판사들도 함부로 사직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13명의 집단사직은 정말 큰 충격”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고법판사들의 ‘엑소더스’(대탈출)를 두고 김명수 대법원의 ‘법관 이원화 정책’실패로 분석하는 의견이 많다. 법관 이원화 정책은 고법인사와 지법 인사를 완전히 분리해 고법 판사는 고법에서만 근무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1·2심 법원이 일종의 승진체계로 짜여 있던 사법부의 뼈대를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줄곧 주장해온 원칙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가 폐지되면서 고법 판사 상당수가 ‘일할 동력’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 전국 13개 지방법원으로 확대됐다.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후 법원장이나 대법관 등 요직으로 진출하는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고법 부장 승진도 못하고, 대법원장 눈에 들지 않으면 법원장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명감만으로 정년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의 승진 없이 누구나 퇴직할 때까지 계속 고된 재판 업무만 보라는 의미”라며 “명예욕이 강한 판사들을 사명감만으로 법원 내부에 묶어둘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라고 했다.
특히 이번에 대규모 사직을 한 고법 판사들이 대부분 대형로펌에 입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일을 열심히 하면 오히려 주변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금 법원 분위기가 전통적인 엘리트인 고법 판사들에게는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수한 판사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건 그만큼 법률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에게 큰 손해인데, 김 대법원장이 이런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지가 과연 궁금하다”라고 했다.
판사들의 잇단 엑소더스에도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그렇게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정책이니, 현실에 맞게 수정하자고 입장을 후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일 잘 하던 모범적인 판사에서 하루아침에 구태로 낙인찍힌 기존 구성원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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