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육지 11% 차지한 러시아는 왜 계속 ‘땅’을 탐낼까... 지도에 답이 있다
외부 침략 막을 자연 방벽(防壁) 없어, 500년 간 “공격이 최선의 방어” 고수
미국과 나토(NATO‧30개국), 유럽안보협력기구(OSCE‧57개국) 대표들은 이번 한 주 내내 제네바와 비엔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위협을 해소하려는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조지아를 나토에서 배제하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나토 회원국에서도 나토군 병력을 철수하라는 요구를 되풀이했다. 한 마디로, 북쪽 발트 3국에서 남쪽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라는 어디든 나토 군사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당연히 협상은 어떠한 돌파구도 없었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러시아의 육지 면적은 무려 1713만 ㎢로, 세계 최대다. 소련 시절에 비해 527만 ㎡가 독립국들로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지구 전체 육지의 11%를 차지한다. 이런 러시아가 왜 계속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인접국 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일까.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동서로 뻗은 영토에 산맥 등 자연 방벽(防壁) 없어
러시아는 태평양과 북극해 말고는 영토 내에 이렇다 할 자연 방벽이 없다. 역사상 아시아(몽골)와 중동, 유럽에서 오는 침략 세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스티븐 코트킨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는 러시아의 지배층은 자연히 ‘방어적 공격성(defensive aggressiveness)’을 띠게 됐다고 밝혔다. ‘선제적 공격’으로 영토를 더 확장해야, 이전에 확보한 것을 안전히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됐다.
이런 지정학적 관념에선 러시아 주변국들은 ‘잠재적인 친구’가 아니라 ‘적의 잠재적 교두보’일 뿐이다. 실제로 1991년 소련 해체 이후에, 러시아의 서쪽에 있던 주변국들은 속속 적대 세력인 나토에 합류했다.
◇'신(紳)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산맥만 놓아 주셨더라도…'
러시아의 이런 지리적 고민은 유럽대평원을 보면 더욱 드러난다. 독일‧폴란드를 거쳐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이 대평원에는 이렇다 할 산맥도 없다. 러시아는 500년 동안 이 서쪽에서 폴란드‧스웨덴‧프랑스(나폴레옹)‧독일(1,2차 대전)을 통해 계속 침략을 당했다. 이 유럽 대평원의 ‘병목’쯤 되는 폴란드의 남북 폭은 약500㎞이지만 이를 넘어서면 동쪽으로 넓게 퍼진다. 러시아가 역사적으로 기회만 있으면 거꾸로 폴란드를 침략해 점령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발트 3국~벨라루스~우크라이나 경계선을 지나면, 바로 러시아의 인구와 농업, 공업이 밀집해 있는 핵심지역(hinterland)이다. 철도‧교통망도 유럽대평원과 남쪽 캅카스 산맥 사이인 이 지역에 몰려 있다.
‘지리의 저주’라는 책을 쓴 팀 마셜이 “러시아정교 신자라는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 동쪽에 산맥을 놓지 않으셨냐’고 매일 밤 기도할지도 모른다”고 농담했을 정도로, 이 곳은 평원이다. 결국 러시아로선 어떻게 해서든 서쪽에서 오는 침략 세력과 모스크바 간 거리를 최대한 확대해 침략군의 보급선이 길어지고 러시아군의 공격에 취약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나폴레옹(1812)과 히틀러(1941)는 러시아의 이 전략으로 참혹한 패배를 겪었다.
◇ 러시아의 두 지리적 관심: 팽창과 부동항(不凍港) 확보
러시아는 수 차례 팽창 기회를 통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9세기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인 키예프 루스에서 시작한 러시아는 몽골의 침략을 받아 북쪽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이 모스크바대공국은 주위에 산맥, 사막도 없고, 강도 드물어 방어가 불가능했다.
결국 16세기 이반 4세는 ‘공격을 최선의 방어’로 선택하고, 동쪽으로 우랄산맥, 남쪽으로 카스피해와 캅카스 산맥(흑해), 북쪽으로 북극해까지 영토를 넓혔다. 이어 18세기 표트르 대제, 예카테리나 대제 때 우크라이나 지역,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를 점령해 발트해까지 진출했다.
이제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북극~발트해~우크라이나~카르파티아 산맥~흑해~캅카스 산맥~카스피해~우랄산맥~북극이라는 커다란 원이 구축된 것이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냉전 해체 직전까지, 러시아는 동독과 중‧동부유럽 국가들을 세력권에 두게 됐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고분고분한 친(親)러 정권이 있는 한 문제는 없었다. 두 나라는 유럽대평원의 ‘완충지(buffer)’역할을 충실히 했고, 러시아 해군은 임차한 크림 반도의 부동항 세바스토폴을 통해 흑해→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민주화 운동으로 친러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쫓겨나고, 노골적인 친유럽 정권이 들어서면서 계산이 완전히 어긋났다. 푸틴도 앞서 황제들과 스탈린이 쓰던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정책을 택했다.
코트킨 교수는 포린 어페어즈에 “러시아를 차르가 지배하든, 공산당이 지배하든, 패거리 자본주의가 득세하든, 러시아에게 부동항이 없고 유럽대평원엔 자연 방벽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발트 3국 “다음은 우리 차례” 긴장
지정학 전략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유럽 대륙을 발트해‧북해와 대서양, 지중해와 흑해로 둘러싸인 하나의 거대한 반도(半島)로 봤을 때에, 러시아는 사실상 내륙국”이라고 진단했다. 겨울 상당 기간 어는 북극해 외에는, 러시아의 핵심 지역이 바다에서는 매우 멀기 때문이다.
이 핵심 지역을 지키는 러시아의 마지노선은 북극해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흑해 연안의 로스토프-온-돈을 잇는 선이다. 이 선의 서쪽 유럽 대륙에선 어느 곳이든 바다와의 거리가 600㎞를 넘지 않는다. 이 선의 동쪽에선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이 선은 발트 3국과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나란히 달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위협을 보면서, 발트 3개국이 “다음은 우리 차례”라고 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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