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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통신조회 몇 건 했는지 파악 못해"…"국정조사 사안"

Jimie 2022. 1. 14. 16:57

공수처 "통신조회 몇 건 했는지 파악 못해"…"국정조사 사안"

중앙일보

입력 2022.01.14 15:11

언론사 기자들과 야당 국회의원, 인터넷 팬카페 회원인 주부들까지 무차별 통신조회한 공수처가 정작 자기들이 지금까지 몇 건이나 조회했는지 집계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찰 의혹의 파문이 커지는 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공수처를 상대로 국회가 국정조사를 발동하거나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법조계에서 나왔다.

14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조 의원실이 '출범 후 현재까지 피의자 외 통신자료(가입자 신상정보) 수집 인원수와 건수를 알려달라'고 한 요청에 "정확한 통계자료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는 답변을 내놨다.

통신조회 집계 못한다는 공수처…"얼마나 무차별로 했길래"

조수진 의원실 자료 요청에 대한 공수처 답변. 조수진 의원실 제공

공수처는 통계자료를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사건을 관리하는 전산시스템(KICS·킥스)이 구축되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킥스는 검찰과 경찰, 법원이 수사와 기소, 재판, 집행 업무 등을 수행할 때 생성된 문서 등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유관기관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형사사법시스템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공수처의 이런 답변에 대해 원일희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공수처는 도대체 얼마나 무차별로 통신 조회를 했길래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고 하는지 개탄할 노릇"이라며 "무차별 통신 조회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민을 상대로 한 통신 조회의 규모가 얼마나 되고 어떤 부서에서 누가 진행했는지 정확한 통계를 하루빨리 공개하라"고 비판했다.

 

공수처 스스로가 통계조차 내지 못할 만큼 그간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공수처가 '22C 대한민국과 윤석열', '위드후니 (with후니·한동훈 검사장 팬클럽)' 등 커뮤니티에 속한 주부 등 민간인 6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13일까지 파악한 공수처 통신자료 대상자만 이들을 포함해 기자 및 기자의 가족 186명, 국민의힘 의원 93명,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부장검사,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 24명 등 340명(456건)에 달한다.

 

법조계 "국민 알 권리 우선…공수처 스스로 설명해야"

검찰이 정치인과 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통신자료 조회로 고발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와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대통령은 4촌 이내 친족까지) 등 가족 일부만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수사 대상도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벌인 것에 대해 마땅히 스스로 설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사안을 수사하기 위해 민간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또 그렇게 확보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 최소 두 가지만은 공수처가 스스로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민간인 통신자료 조회 문제에 대해)지금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선 수사의 기밀성이라는 가치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 침묵 계속될 경우 "국정조사·특검해야"

지금껏 수차례 문제 제기에도 공수처는 "수사상 필요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진행했다"며 "상세한 내용은 수사 진행 중이라 밝히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공수처가 이 문제를 스스로 설명하지 않을 경우 국회가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해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에 김진욱 초대 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한상희 교수는 "권력기관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견제하는 장치가 작동해야 하는데 공수처는 독립성을 강조하겠다는 목적 아래 견제장치 자체를 전부 빼둔 채 설립한 기관"이라며 "이 경우엔 할 수 없이 국회가 가지고 있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김종민 변호사 역시 "야당 대선후보의 팬클럽까지 무차별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수사 관행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수사 목적상 '필요·최소한도'라는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과연 수사 목적이었는지, 수사 목적을 넘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특검으로든 뭐로든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공수처를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