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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함께 무너지다

Jimie 2022. 1. 14. 09:03

가슴이 함께 무너지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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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4,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uRoF68uez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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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빠 보세요"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 쓴 고교생 딸의 편지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

제 마음보다 백 배, 천 배나 더 마음 아프실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아빠, 마음을 풀어주시지 않겠어요?"

딸이 등교하던 버스는 성수대교와 함께 추락했고, 아버지는 나중에 돌아온 책가방에서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통곡하며 2년을 살다 병을 얻어 딸을 뒤따라갔습니다.

또 다른 엄마는 딸이 다른 가족 우산을 가져가는 걸 보고도 바꿔주지 않았던 일을 10년이 지나도록 자책했습니다.

"그때 아이를 붙잡고 시간을 끌었더라면 그 버스를 타지 않았을 텐데…"

지난해 광주 재개발현장 붕괴사고로 숨진 버스 승객들의 가족도 쓰라린 자책과 회한에 빠졌습니다. 딸을 데리고 아내 병문안을 가던 아버지는 크게 다쳐 입원해 있다가, 뒷자리에 탔던 딸이 숨졌다는 소식에 내 탓이라고 가슴을 쳤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아들은, 그날 어머니가 차려준 생일 미역국 상을 먹지 않고 그냥 나온 것이, 가슴에 박힌 못으로 남았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날벼락처럼 터져 피붙이를 잃은 사람들은 더 큰 충격과 고통, 더 깊은 원망과 상처에 시달리곤 합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고이기에, 스스로 마음속에서 용납하고 용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불과 일곱 달 만에 다시 광주에서, 짓고 있던 아파트의 열일곱 층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터무니없는 사고가 났습니다. 그것도 재개발 붕괴사고와 같은 건설사의 공사장이었습니다. 하나는 신축할 때, 또 하나는 철거할 때 저지른 일이어서, 마치 부실공사란 이런 것이라며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불교 말씀에 "사람이 먼저 허물이 있더라도, 나중에 삼가 다시 죄짓지 않으면, 달이 구름에서 나오듯 세상을 비추리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지난해 참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쇠귀에 경 읽기, 말귀에 봄바람 같은 그 안일과 나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강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구조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 사고에 눈물짓고 절망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요. 끝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1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가슴이 함께 무너지다' 였습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10여 분 전 현장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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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4,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VKukzEC8B08&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