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여정에 “평화의 메신저” 적은 국가철도공단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 작년 12월 홈페이지에 올린 철도역 소개 책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평화의 메신저’로 소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여정은 2020년 6월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사흘 뒤 북한은 개성공단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13일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달 1일 국내 기차역을 소개하는 한 권당 400쪽 안팎의 ‘한국의 철도역’ 1~3권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공단은 국토부 산하에서 철도 시설을 짓고 관리하는 곳이다.
이 책 3권에서 공단은 4쪽에 걸쳐 ‘세계로 열린 평화의 전당’이라는 제목으로 강원 평창군 진부(오대산)역을 소개했다. 진부역은 평창올림픽 전인 2017년에 개통된 KTX역이다. 공단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평화의 메신저’라는 단락에서 “진부역 등 KTX 역사들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맞아 국내외 귀빈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장이었다”고 썼다. 이어 바로 다음 문장에 “역들을 방문한 인사들 가운데는 2018년 1월 22일 강릉역에서 KTX를 이용한 북한의 현송월(당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2018년 2월 9일 KTX를 타고 진부역에 도착한 김여정(당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이 있다”고 썼다.
김여정에 대해선 별도로 “김정은의 친동생이자 68년 만에 남한 땅을 밟은 김일성의 후손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언급했다. 단락 제목인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평화의 메신저’와 표현이 겹친다. 또 이 단락에서 이름이 거론된 특정 인사는 김여정⋅현송월 두 사람뿐이었다.
김여정은 작년 3월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우리 정부를 향해 “태생적인 바보” “판별 능력을 상실한 떼떼(말더듬이 바보)”라고 했다. 같은 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공단은 2021년 1월에 발간한 ‘철도역 100′이라는 200쪽짜리 책에서도 진부역을 소개하며 ‘평화의 메신저’라는 단락에 같은 내용을 담았다. 공단 관계자는 “진부역은 북한 사람들은 물론 올림픽위원장도 다녀가는 등 많은 사람들을 수송하는 기능을 했다”며 “평화의 메신저라는 건 진부역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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